정상 부분이 상처럼 편평한 테이블 마운틴은 케이프타운과 아름다운 해변을 내려다볼 수 있는 천혜의 자연전망대다. 케이프타운=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대서양을 건너 아프리카대륙의 남쪽, 지금의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도착한 유럽인들이 가장 먼저 개척한 항구도시 케이프타운은 ‘아프리카 속의 유럽’으로 불린다. 1652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보급기지가 건설된 게 케이프타운의 시작이다.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테이블 마운틴(해발 1086m)과 에메랄드빛의 아름다운 해변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내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헷갈린다. 관광가이드 프랑수아 비용 씨는 “케이프타운을 보고 미국의 샌프란시스코나 호주 시드니와 비슷하다고 말하는 관광객이 적지 않다”며 “케이프타운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유럽적인 도시”라고 말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테이블 마운틴부터 올랐다. 케이블카의 발판이 360도 회전하면서 올라가기 때문에 어느 곳에 서든 전망은 마찬가지다. 테이블 마운틴은 칼로 잘라놓은 것처럼 정상 부분이 편평하다. 평지가 3km 넘게 이어지는데 절벽 부근 암석 위에 올라 케이프타운 시가지와 대서양을 내려다보는 경치가 가히 최고 수준이다. 테이블 마운틴에 걸려 있는 구름은 마치 하얀 식탁보를 드리운 것 같다.
빅토리아 앨프래드 워터프런트는 유럽보다 더 유럽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시계탑을 비롯한 유럽풍 건축물들과 고급 호텔, 쇼핑몰, 노천카페, 레스토랑 등이 부두를 따라 줄지어 늘어서 있다.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많아 반나절을 돌아다녀도 질리지 않는다.
‘아파르트헤이트’(백인우월주의에 근거한 극단적인 인종차별정책)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로벤 섬을 연결하는 크루즈선도 워터프런트에서 출발한다.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도 수감됐던 로벤 섬 교도소는 1996년 폐쇄돼 현재 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과거에 이곳에 갇혀 있었던 흑인 정치범 출신 인사들이 직접 교도소 내부를 안내해준다.
케이프타운 남쪽으로 차량을 이용해 1시간쯤 달리면 대서양과 인도양이 만나는 희망봉과 케이프 포인트가 나타난다. 특히 해발 238m 높이의 케이프 포인트에 올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흰 포말이 생겼다 사라지는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희망봉으로 가는 도중에 후트 베이에 들러 배를 타고 10분쯤 바다로 나가면 물개들이 떼를 지어 서식하는 듀커 섬을 볼 수 있다. 특히 대서양을 끼고 산비탈을 따라 꼬불꼬불 이어지는 10km 길이의 채프먼스 피크 드라이브는 경치가 환상적이다.
케이프타운에서 동쪽으로 46km 떨어진 스텔렌보시는 손꼽히는 와인 산지다. 와인농장을 방문하면 원하는 와인을 골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시음할 수 있다. 아사라(ASARA) 농장에서 화이트·레드·디저트 와인 5종을 30랜드(약 4840원)에 시음했다. 와인농장 내에 소규모 호텔과 레스토랑을 갖춘 곳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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