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문학상 단골 후보로 꼽혀온 페루 작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씨(74)가 2010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됐다. 라틴아메리카 작가가 수상한 것은 1990년 멕시코 시인 옥타비오 파스 이후 20년 만이다. 페루 아레키파에서 태어난 바르가스 요사 씨는 외교관이었던 외할아버지를 따라 볼리비아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1946년 귀국한 그는 리마의 레온시도 프라도 군사학교에 진학했으며 산마르코스대에서 문학과 법학을 공부했고 스페인 마드리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프랑스 파리에서 스페인어 교사, 프랑스 국영방송 기자 등으로 활동했던 그는 자신이 페루인임을 자각하고 고국으로 돌아와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그의 글쓰기 영역은 폭이 넓어 소설과 희곡뿐 아니라 문학비평, 회고록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든다.
청소년기 군사학교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 ‘도시와 개들’은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외부와 단절된 군사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묘사한 이 작품은 위선과 부패로 얼룩진 페루 정치에 대한 신랄한 풍자로 읽힌다. ‘도시와 개들’은 페루의 군사학교 운동장에서 공개적으로 불태워지면서 주목을 받았다. 대표작으로 꼽히는 소설 ‘녹색의 집’은 아마존 밀림지역과 페루 도시 피우라를 대립시킴으로써, 가난한 자는 더없이 가난하고 배부른 자는 더없이 배부른 페루의 현실을 고발한다. 이 작품으로 페루국가소설상, 스페인 비평상, 로물로 가예고스 문학상 등을 휩쓸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밀폐된 지역성 기반에도 휴머니즘-실험정신 공감대”
송병선 울산대 교수는 “페루는 백인, 케추아족, 소수의 아시아계와 흑인, 아마존 원주민 등으로 구성된 다문화 사회이며 이런 인종적 다양성은 해안의 사막지대, 안데스 산맥지대, 아마존 밀림이라는 지리적 구성에 의해 더욱 복잡해진다”며 “바르가스 요사 씨의 소설은 이런 수많은 세계가 서로 충돌하며 공존하는 현상을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그는 19세기 리얼리즘의 특징을 20세기의 역동적인 문학 기법과 결합해 다양한 관점, 내면 독백, 비연속적이고 파편화된 복층적인 서사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바르가스 요사 씨의 작품이 밀폐된 지역성에 기반을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돼 온 것은 짙은 휴머니즘, 다양한 실험정신, 높은 예술성이 세계인의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예술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 중 하나로 꼽히는 소설 ‘새엄마 찬양’은 흥미로운 서술 방식으로 큰 관심을 모았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유명한 미술작품들을 소설에 배치하고 주인공의 성적 욕구와 내면심리를 그 미술작품들과 일치시켜 나간다. 그가 협소한 지역의 문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인간의 꿈과 내면의 충동을 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1985년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레지옹도뇌르 훈장을 받았으며, 1994년 스페인어권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세르반테스상을 수상했다.
‘나는 훌리아 아주머니와 결혼했다’ 등 1980년대 이후의 작품에서 작가는 진지한 서사적 관점에서 벗어나 작품에 유머를 슬며시 넣는다. 이 변화는 작가의 정치적 태도와도 맞물려 있다. 사회주의와 쿠바 혁명을 지지했던 그가 1980년대 신자유주의 경제사상을 지지하는 것으로 옮겨왔기 때문이다. 이렇듯 바르가스 요사 씨는 라틴아메리카의 문화·정치적 문제의 직접적인 대변인으로 활동해 온 작가다. 1980년대 중반 페루의 군사정권이 제안한 총리직을 거부해 국민의 지지를 받았으며, 1990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알베르토 후지모리 후보와 경쟁했지만 낙선했다.
대표작 ‘녹색의 집’ 각종상, 대선서 후지모리에 패배도
2000년 나온 ‘염소의 축제’는 도미니카공화국 라파엘 트루히요의 독재 체제를 소재로 삼은 작품으로 야심찬 정치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노벨 문학상 수상 발표 뒤 뉴욕 RC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당신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그것은 가장 좋아하는 자식이 누구냐는 질문과 같다”면서 “굳이 선택하자면 내가 앞으로 써야 할 작품”이라고 답했다.
국내엔 ‘새엄마 찬양’ ‘나는 훌리아 아주머니와 결혼했다’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리고베르토 씨의 비밀노트’ ‘세상종말전쟁’ 등이 번역 출간돼 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약력::
1936년 페루 아레키파에서 출생 1952년 희곡 ‘잉카의 도주’ 발표 1953년 리마 산마르코스대에서 문학과 법학 전공 1957년 단편 ‘두목들’과 ‘할아버지’를 페루 신문 메르쿠리오와 코메르시오에 발표 1963년 소설 ‘도시와 개들’ 발표 1966년 소설 ‘녹색의 집’ 발표 1967년 ‘녹색의 집’으로 페루 국가소설상, 스페인 비평상, 베네수엘라 로물로 가예고스 문학상 수상 1976년 국제 펜클럽 회장으로 선출 1985년 프랑스 레지옹도뇌르 훈장 받음 1990년 페루 대통령 선거에 출마 1994년 세르반테스상 수상 2005년 미국 ‘포린폴리시’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지식인 100명’에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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