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북 카페]佛, 문학상 열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9일 03시 00분


공쿠르상 - 미셸 우엘베크 등 3명 유력후보
르노도상 - 클로드 아르노 수상 여부 관심

10월 중순에 접어드는 프랑스 출판계는 문학상 열기로 뜨겁다. 주요 문학상 수상자와 작품 발표가 11월 초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문학 분야에는 워낙 자부심이 큰 국민이어서 노벨 문학상보다 자국의 문학상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이들이 많으며 크고 작은 상이 1500개가 넘는다. 이 가운데 특히 공쿠르상과 르노도상의 후보로 발표된 작가들과 작품들이 매년 높은 관심을 받는다.

올해도 가장 큰 관심이 쏠리는 쪽은 프랑스 최고의 권위를 자랑해온 공쿠르상이다. 평생 한 번만 받을 수 있고 상금은 상징적으로 단 10유로(약 1만5500원)다. 5일 8명의 작가와 작품을 담은 2차 후보 리스트를 발표했다. 프랑스 언론은 조심스럽게 3명의 유력 후보군을 거론하고 있다. 36세에 8번째 작품을 내놓으며 왕성한 창작욕을 보이고 있는 올리비에 아담의 ‘한결같은 마음(Le coeur r´egulier)’은 오빠를 사랑했던 여동생의 이야기다. 사라는 오빠 나탕이 죽은 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그를 추억하기 위해 나탕이 삶의 평화를 찾았다고 말했던 일본의 한 바닷가 작은 마을을 방문하는데 정작 그곳에서 자신의 인생을 발견하게 된다는 줄거리다.

2001년 ‘플랫폼’으로 명성을 얻은 미셸 우엘베크의 ‘지도와 영토(La carte et le territoire)’는 외로움에 찌든 주인공 제드 마르탱의 고백을 담고 있다. 크리스마스이브를 매년 혼자 지내는 마르탱은 유명한 건축가인 아버지, 첫 사진전시회에서 만난 아름다운 러시아 여성 올가, 경찰관 자슬린 등 주변인에 대해 담담하게 얘기한다. 예술, 돈, 사랑, 일, 친구, 가족에 대한 초상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베스트셀러 ‘거친 그녀들(원제 Baise-moi·섹스해줘)’을 직접 영화로 연출했던 비르지니 데팡트의 ‘묵시록 아기(Apocalypse b´eb´e)’는 수수께끼 같은 숙녀 발랑틴과 화자인 30대의 사립탐정 루시가 주인공이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어머니를 만나러 바르셀로나로 떠난 발랑틴, 발랑틴을 찾아 달라는 부탁을 받고 사진 한 장만 달랑 들고 나선 무능력하고 열의 없는 여자 탐정의 추적기가 블랙코미디처럼 그려진다. 우엘베크와 데팡트는 르노도상 후보로도 올랐다.

이 밖에 티에리 뱅스탱젤의 ‘야생으로 귀환(Retour aux sauvages)’, 샹탈 토마의 ‘올림푸스의 유언(Le testament d'Olympe)’, 카린 튈의 ‘6개월 6일(Six mois, six jours)’ 등이 수상 후보로 경합 중이다. 파리의 드루앙 레스토랑에서 심사와 수상식이 이뤄지며 11월 8일 결과가 발표된다.

한편 르노도상은 공쿠르상과 같은 날 시상식을 하지만 공쿠르상 수상자를 수상 후보에서 탈락시키는 독특한 운영 방식으로 유명하다. 11월 8일에 결과가 발표된다. 올해는 페미나상과 메디치상 후보에도 동시에 이름을 올린 클로드 아르노의 ‘그때 너는 뭐했니?(Qu'as-tu fait de tes fr`ere?)’가 관심작이다. 1960년대 중반 파리 외곽에서 두 형에게 둘러싸여 지루한 하루를 보내던 12세 소년 클로드가 ‘68혁명’을 통해 바뀌어가는 모습을 그렸다. 혁명을 통해 새로운 인생에 눈을 뜬 클로드는 집을 나와 아르뉠프라는 새 이름을 가진 혁명 전사로 바뀌어 간다. 백혈병에 걸린 어머니의 죽음, 형의 자살을 배경 삼아 혁명을 계기로 변화한 프랑스 사회와 가정, 인간을 조망한다. 이 밖에 바실리스 알렉사키스의 ‘첫말(Le premier mot)’, 로베르 솔레의 ‘카이로의 저녁(Une soir´ee au Caire)’, 압델라 타이아의 ‘왕의 하루(Le jour du Roi)’ 등이 후보작에 올랐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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