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소통]화폭 속 동식물 묘사 어떻게 변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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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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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미술관 ‘화훼영모대전’…中영향 벗는 과정 보여줘

겸재 정선의 ‘추일한묘(秋日閑猫·왼쪽)’와 심사정의 ‘패초추묘(敗蕉秋猫)’. 사진 제공 간송미술관
겸재 정선의 ‘추일한묘(秋日閑猫·왼쪽)’와 심사정의 ‘패초추묘(敗蕉秋猫)’. 사진 제공 간송미술관
겸재 정선의 ‘추일한묘(秋日閑猫)’와 그의 제자인 심사정의 ‘패초추묘(敗蕉秋猫)’에는 공통적으로 고양이가 등장하지만 차이를 드러낸다. 겸재가 그린 작품은 고양이에 대한 사생력과 관찰력이 탁월하고 꽃과 동물이 어우러진 화면 구성도 빼어나다. 심사정의 고양이 그림을 보면 전통화와 중국 화풍이 뒤섞여 있다. 한편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변상벽의 고양이 그림은 수염과 터럭 하나까지 살아있는 듯하다. 어찌나 고양이를 정확하게 묘사했는지 ‘변고양이’라고 불렸던 화가다.

올가을 서울 성북구 성북동 간송미술관의 정기전에서는 각기 다른 개성을 보여주는 세 고양이를 볼 수 있다. 해마다 봄과 가을 두 차례만 문을 여는 이 미술관은 일흔아홉 번째 전시로 동식물을 소재로 한 화훼영모대전을 17∼31일 준비했다. 꽃과 풀이라는 의미의 화훼(花卉), 새와 짐승이란 뜻의 영모(翎毛) 그림을 모은 전시다.

미술관 소장품 중에서 고려 공민왕(1330∼1374)의 양을 그린 작품부터 이당 김은호(1892∼1979)의 화조화까지 각 시기를 대표하는 그림 100점을 추렸다. 600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동식물을 그린 친근한 그림을 모아놓으니 화풍의 변천사와 함께 시대정신의 흐름을 엿볼 수 있다. 고려 말∼조선 초기에는 중국 화풍의 영향을 받아 물소처럼 우리나라에 서식하지 않는 동물을 그렸지만 진경산수를 정립한 겸재가 등장하면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새와 꽃, 짐승을 사생한 그림이 자리 잡는다. 이런 변화의 바탕에는 주자성리학이 지배하던 조선 전기가 지나가고 후기에 들어서면서 새로운 통치이념으로 조선성리학이 심화 발전한 것이 기폭제 역할을 했다.

겸재를 따르던 김홍도와 신윤복 등 겸재 화파는 우리의 동식물을 더욱 정밀하게 사생한다. 특히 김홍도의 작품은 정교한 묘사에 회화성이 가미돼 조선 고유의 화훼영모화풍이 절정을 이룬다. 이후 추사 김정희를 따르는 화파가 등장하면서 실제 모습보다 청조 문인화풍의 함축된 생략기법으로 대상을 이념적 추상적으로 그리는 화풍이 등장한다.

간송미술관 한국민족미술연구소 최완수 연구실장은 “겸재를 거치면서 화가들은 중국 화조에서 벗어나 이 땅의 동식물을 그리기 시작했다”며 “이 전시를 보고 나면 자기 이념이 있어야 자신을 긍정적으로 보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료. 02-762-0442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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