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메인 상영관 위 현수막 안에 홀로 서서 사람들을 맞이하던 프랑스 여배우 쥘리에트 비노슈(46)가 12일 한국을 찾았다.
그에게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증명서’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70·이란)과 함께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것.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체리향기’로 1997년 칸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인물이다.
이날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 센텀시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노슈는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초청된 ‘증명서’에 대해 “생전 처음 중동을 찾아가 키아로스타미 감독과 서로의 연애담을 나누다가 만들어낸 영화”라고 말했다.
“초청을 받고 용기를 내 찾아갔지만 그의 집에 머물 것을 생각하니 걱정이 됐다. 배우와 감독이 오래 함께 한 공간에 머물다 가끔 생기는 일…. 다들 알지 않나. 하하. ‘연애는 없다’고 미리 선을 그어놓으니 서로 살아오면서 겪은 연애 이야기만 하게 되더라. 아주 디테일한 대화였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감독은 거짓 이야기를 술술 지어내며 시나리오 골자를 마련한 거였다. 정말 놀랐다.”
‘증명서’는 작가인 영국 남자가 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는 프랑스 여인을 만나 하루 동안 거짓 부부 행세를 하며 관광을 다니는 이야기를 그렸다.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주인공들의 기이한 애정행각을 통해 진짜와 가짜 사이의 경계를 묻는 필생의 주제를 다시 한 번 다뤘다. 그는 “아주 짧은 미완성의 이야기를 비노슈에게 이야기하면서 살을 붙여 완성할 수 있었다. 그가 진심으로 관심 있게 귀 기울여 들어준 덕분이다. 시나리오를 완성하면서도 늘 그가 앞에 앉아 있다고 생각했다. 세계 정상의 배우가 내 글을 해석해 연기로 옮기는 것을 보며 경이로움을 느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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