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뮤직] 알게 모르게 대중 속으로 파고든 재즈(Ja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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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7일 19시 07분


'윈터플레이'의 도전과 '말로'의 트로트 실험

● 윈터플레이와 말로에서 엿보이는 한국형 재즈의 바람
● 재즈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창조적인 음악 해석의 방법


재즈 밴드 윈터플레이. 한국에서보다 영국과 일본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재즈 밴드 윈터플레이. 한국에서보다 영국과 일본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윈터플레이의 새 음반 '투셰모나모(Touche Mon Amour)'가 대중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언론에 자주 소개된 윈터 플레이지만 대중적인 지명도는 그리 높지 않다. 2장의 정규 앨범을 포함해 심지어 해외에서도 음반을 발표한 실력파 밴드지만 그들이 '재즈'라는 약간은 어려운 옷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두 번째 정규 음반 'Touche Mon Amour'는 재즈보다는 팝의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재즈의 작법을 포기하지 않았다. 대중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는 보사노바, 삼바 등의 리듬을 기저로 트럼펫, 콘트라베이스 등에 재즈 편성을 통한 쉽게 들리는 멜로디를 얹고 있다.

자칫 유치한 시도로 비칠 수 있지만 절대 손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재즈계에서 일가를 이룬 트럼펫 주자 이주한을 비롯한 뛰어난 멤버들이 이뤄낸 앙상블은 '재즈의 맛을 지닌 팝 음악'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냈다.

윈터플레이는 지난해 일본에서 정규 음반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 결과 이제 일본에서 더 높은 지명도를 지니는 밴드로 성장했다. 상대적으로 대중들이 재즈에 더 익숙한 일본에서 윈터플레이의 음악은 보다 쉽게 '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재즈와 팝의 융합은 재즈의 천국 일본에서조차 쉽지 않은 일이었다. 윈터플레이가 영국이나 일본에서 인기를 얻은 대목은 앞으로 한국의 대중음악 수출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트로트까지 재즈로 재해석한 보컬리스트 말로.동아일보 자료 사진
트로트까지 재즈로 재해석한 보컬리스트 말로.동아일보 자료 사진

■ 한국보다는 일본과 영국에서 성공한 '윈터플레이'

버클리 음대 출신의 정통 재즈 보컬리스트 말로는 그 지점에서 조금 더 나아갔다. 말로는 지난 9월 발표한 앨범 '동백아가씨'를 통해 '트로트'를 낮게 평가하는 한국 음악계에 충격파를 던졌다.

그런데 이것은 어떻게 보면 재즈라는 장르의 전통적인 작법에 해당한다. 재즈는 '스탠다드'라 불리는 일련의 악곡을 자신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또 변주하는 일련의 음악방식이다. 말로가 첫 번째로 집중한 것은 한국의 전통 대중음악이 '스탠다드'의 자격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었다.

'동백 아가씨'나 '목포의 눈물'같은 노래들은 그야말로 한국 전통 대중음악사의 '스탠다드'라고 불릴 수 있는 노래들이다. 이 같은 한국 대중음악의 표준을 기본악보로 삼아 재즈로 연주한다는 것은 재즈의 기본을 잃지 않고 한국 대중음악과의 융합을 꾀한 모험이라 볼 수 있다.

말로가 두 번째로 집중한 부분은 '보컬의 새로운 해석'이다. '빨간 구두 아가씨'는 옛 가수 남일해가 발표한 김인배 작곡의 노래다.

하지만 이 노래를 부른 가수들은 여러 명이다. 그 중에는 한국 전통 대중음악의 어머니라 부를 수 있는 이미자는 물론 트로트 계의 실력자 김연자 등도 있다. 여기서 우리는 '트로트'에 대해 신중현이 이야기한 유명한 문구를 다시 꺼내 봐야 한다.

"트로트는 가창자의 보컬 해석 능력에 따라 결판나는, 음악적으로 변용 가능성이 좁은 장르이다."

이것은 분명히 '트로트'라는 장르의 결점을 지적한 것이지만 똑같은 악보를 가창자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그 맛이 달라진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트로트'라는 자리에 '재즈'라는 단어를 끼워 넣어도 이 말은 그대로 성립된다. 말로는 한국의 고전 '트로트'를 '재즈'화 하면서 '새로운 보컬의 해석'이라는 재즈의 특성 그 자체를 이용했다. 이것은 단순히 일반 대중과의 호흡을 위해 한국 전통 대중음악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재는 한국 음악 소비자들이 가장 오해하는 장르다. 그러나 재즈를 '스탠다드(표준)에 대한 창의적 재해석'으로 이해하면 쉽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재는 한국 음악 소비자들이 가장 오해하는 장르다. 그러나 재즈를 '스탠다드(표준)에 대한 창의적 재해석'으로 이해하면 쉽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 재즈란 표준(스탠다드)을 창의롭게 재해석 하는 방법론

이 전에도 한국 전통 대중음악에 새로운 옷을 입히는 시도는 많았다. 그리 새롭지 않은 말로의 시도가 가치를 지니는 이유는 단지 '유명한 악보를 이용해 대중에 파고드는' 전략이 아니라 '재즈라는 장르의 고유 가치'를 놓치지 않으면서 한국 대중음악과의 융합을 꾀했다는 점이다.

말로의 시도는 대중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말로의 이번 앨범은 한국 재즈의 헤비 리스너들만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재즈라는 음악의 초심자들도 타겟이 되는 음반이다.

그들에게 '익숙한 멜로디라인'은 그야말로 뛰어난 미끼다. 그렇게 초심자들이 쉽게 다가설 수 있는 가운데 기존 재즈 리스너들은 '그 익숙한 멜로디'가 새로운 스타일로 변주되는 것을 즐길 수 있다. 대중적인 동시에 전문적인 음반이라는,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을 수행해낸 것이다.

재즈라는 기초를 이용해서 팝 음악을 만든 윈터플레이, 재즈로 한국 전통 대중음악을 해석한 말로, 두 아티스트의 전술은 매우 달랐지만 '재즈를 어려워하는, 아니 두려워하는' 대중들에게도 통할 수 있는 음반이라는 점은 동일하다.

이런 척후병들이 투입돼 재즈가 대중 속으로 파고드는 것은 한국 대중음악의 '시장 인프라 구축'이나 다름없다. 듣기 쉬운 노래만 팔리던 시기가 끝나고 전문가를 위한 음악도 많이 팔리면서 우리나라 대중음악은 아시아의 맹주가 되어가고 있다.

대중음악평론가 현현 / hyeon.ep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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