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나 어른이나 주사를 맞는 순간에는 온 몸이 긴장된다. 최근 리서치앤리서치가 18세 이상 59세 이하의 성인들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두 명중 한 명꼴로 두려움 때문에 주사 치료를 피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게다가 주사를 피하고 싶다고 대답한 사람들 중 87%는 실제 주사를 맞지 않은 적이 있었다. 이처럼 사람들이 꺼리는 주사기가 진화하고 있다. 주삿바늘이 짧아지고, 가늘어지고 안보이게 바뀌고 있다. 아예 바늘 없이 뿌려서 흡수하게 하는 의약품도 줄줄이 개발되고 있다. 피부에 놓는 주사에서 패치, 점막에 직접 쏘는 제품까지 혁신적으로 진화하고 있는 주사기에 대해 알아본다.》 ▽주삿바늘 더욱 짧고 가늘어 진다
주사 바늘에 대한 공포와 심리적 부담감을 줄여주는 미세주사기가 최근 나왔다. 백신전문 기업인 사노피파스퇴르의 ‘아이디 플루’는 1.5mm로 눈에 잘 보이지 않을 만큼 짧다. 이 주사는 원래 사람들의 공포감 해소보다는 피부 바로 밑에 주사를 놓기 쉽게 만들어졌다. 흔히 알고 있는 독감 예방주사는 근육주사로 보통 바늘 길이가 16∼25mm인데 실제 백신은 면역 세포가 많이 몰려 있는 피부에 접종하는 것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
정희진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미세주사기로 독감백신을 접종하면 기존의 근육주사에 비해 적은 양의 항원으로도 동등한 면역반응을 보인다”면서 “근육주사에 비해 신경이나 혈관을 건드릴 위험성이 없고 단지 피부 표면에 살짝 접촉하는 것으로 접종이 끝나 통증이 적다”고 말했다.
▽피부에 붙인다
최근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마크 프라우스니츠가 이끄는 연구팀은 피부에 녹는 미세한 바늘을 부착한 패치형(붙이는) 주사제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아예 주삿바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마이크로니들’로 불리는 미세 주사침을 패치 한쪽 면에 여러 개 붙여놓아 이 패치를 붙이면 주사침이 피부 속에서 녹으면서 약물을 체내로 전달한다. 이 패치 주사는 5년 안에 상용화될 것으로 발표됐다.
한편 주사제는 아니더라도 경구용 복용제로 만들어 졌던 약품이 최근 패치형으로도 많이 개발되고 있다. 과거 패치형 제제들은 주로 통증 완화제, 관절염 치료제에 많았으나 최근엔 천식약과 치매 치료제에도 사용되고 있는 추세다. 녹십자의 ‘세키날린 패취’와 같은 기관지 확장제와 한국노바티스의 ‘엑셀론 패취’와 같은 치매 치료제가 대표적이다.
▽점막에 직접 쏜다
아예 바늘을 사용하지 않고 콧 속 점막에 약물을 직접 투여함으로써 약물 발현 시간을 크게 단축시키는 제품도 있다.
최근 약물 투여 1시간 만에 신속한 효과가 나타나면서 복용의 불편함을 최소화한 알레르기 비염 치료제인 나이코메드사의 옴나리스 나잘 스프레이가 출시됐다. 이 제품의 특징인 신속한 약효 발현 효과는 ‘저장성 현탁액’이라는 독특한 제형 때문. 저장성 현탁액이란 고체의 미립자가 분산돼 있는 저삼투압의 액체를 뜻한다. 옴나리스의 약물은 코 점막에 비해 삼투압이 낮기 때문에 그 성분이 체내에 빠르게 흡수된다.
▽주삿바늘이 숨겨져 있다
펜형 주사기는 자가 주사를 해야 하는 당뇨병 환자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펜형 주사기는 환자가 병에 담긴 인슐린을 일일이 주사기에 옮기는 번거로움을 없앴고 용량도 정확해졌다.
최근엔 당뇨병 이외에도 자가 주사가 필요한 뼈엉성증(골다공증),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도 애용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 릴리가 뼈엉성증 치료제 ‘포스테오’를 출시했고 최근 한국 애보트가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제인 ‘휴미라 펜’을 시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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