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배우 최성희 팬미팅 통해 본… 뮤지컬계 ‘스킨십 마케팅’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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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1일 03시 00분


뮤지컬 배우 “관객과 함께 춤을”

지치고 힘들지만 팬들을 위해서는 뭐든지 한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 출연 중인 그룹 S.E.S 출신의 배우 최성희 씨(왼쪽)가 공연 뒤 팬 미팅에서 극 중의 탭댄스를 관객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 최 씨는 2시간 반의 공연도 모자라 밤 12시 넘어서까지 팬들과 함께했다. 사진 제공 인터파크INT 플레이디비
지치고 힘들지만 팬들을 위해서는 뭐든지 한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 출연 중인 그룹 S.E.S 출신의 배우 최성희 씨(왼쪽)가 공연 뒤 팬 미팅에서 극 중의 탭댄스를 관객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 최 씨는 2시간 반의 공연도 모자라 밤 12시 넘어서까지 팬들과 함께했다. 사진 제공 인터파크INT 플레이디비
공연이 끝나고 정확히 20분 뒤. 무대의 흥분이 채 가시지 않아 발갛게 상기된 얼굴의 여배우가 극장 건물 1층에 있는 커피숍에 들어섰다. 잠시 전만 해도 무대 의상을 입고 화려한 조명 아래 열연하던 배우가 평상복 차림으로 나타나자 팬 20여 명은 잠시 현실감을 잃은 듯 조용했다. 여배우가 “왜 이렇게 말씀이 없으세요. 강제로 끌려오신 것은 아니죠”라고 농담을 건네자 비로소 웃음이 터졌다.

○ 얘기꽃… 포토타임… 즉석 춤 지도까지

18일 오후 10시 50분 서울 송파구 잠실동 샤롯데씨어터 내 커피숍. 공연티켓 판매회사 인터파크INT가 마련한 ‘스타와의 데이트’가 열렸다. 주인공은 이 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의 여주인공 페기 소여 역을 맡은 뮤지컬 배우 최성희 씨(30). 2시간 반(인터미션 20분 포함)의 공연 동안 탭댄스를 추는 부분이 많아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됐지만 무대 화장도 지우지 않고 바로 팬들을 만났다. 최 씨는 “공연의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 팬들을 만날 수 있게 돼 저도 특별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2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추첨으로 선발된 팬들은 공연 중 어려운 점, 가수 활동 계획부터 피부 관리법까지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걸그룹 S.E.S의 ‘바다’라는 이름으로 친숙한 최 씨는 “(사람들이) ‘가수 출신이니까 뮤지컬 하나보다’ 이렇게 쉽게 말씀들을 하신다. 연습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정도였다”라는 등 마음속 얘기를 털어놓았다. 그는 무대에서 선보였던 탭댄스를 즉석에서 보여주고 관객에게 직접 가르쳐 주기도 했다. 팬들과 일일이 사진을 찍고 사인도 해줬다. 당초 20분으로 예정됐던 행사는 1시간 20분가량 이어져 밤 12시가 넘어 끝났다.

행사가 끝난 뒤 참가자들은 만족한 모습이었고 더러는 상기된 표정이었다. 고재욱 씨(28)는 “연예인을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인데 떨렸지만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박연미 씨(46)는 “공연이 끝난 뒤 바로 달려와 힘들 텐데 솔직한 모습을 보여줘 고마웠다”고 말했다.

인터파크INT는 이에 앞서 8월엔 뮤지컬 ‘스팸어랏’에 출연하는 배우 정성화의 연습실로 팬들이 찾아가는 행사를 열었고 9월에는 뮤지컬 ‘록키호러쇼’에 출연하는 후안 잭슨과 팬들이 저녁을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앞선 행사들의 반응이 뜨거워 이제는 한 달에 한두 번씩 배우를 비롯한 공연 관계자와 팬들이 만나는 자리를 갖기로 한 것. 29일에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배우 정영주 씨와 팬들이 함께하는 ‘정영주에게 배워보는 일일 발레교습’을, 11월 11일에는 최근 ‘합창단 리더십’으로 유명해진 박칼린 음악감독이 참여하는 ‘박칼린과 함께하는 보컬 코치’를 진행한다.

인터파크INT 김선경 홍보파트장은 “여러 번 공연을 관람하고 좋은 평을 해주는 팬들을 위한 서비스다. 앞으로 이런 행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입소문 도움’ vs ‘난처한 요구’ 명암도

배우와 ‘데이트’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팬들을 초청해 스킨십을 높이는 형식의 제작발표회도 늘어나고 있다. 11월 말 개막하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5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강시민공원의 한 선상카페에서 제작발표회를 열고 추첨을 통해 팬 150명을 초청했다. 지원자는 1000명이 넘었다.

제작사 오디뮤지컬컴퍼니의 신은 대리는 “요즘 인터넷 카페나 트위터가 활성화돼 관객들이 올리는 공연 평이나 입소문의 힘이 대단하다. 이들은 여러 번 재관람을 하거나 다른 친구와 같이 오기 때문에 매표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올해 뮤지컬 ‘스토리 오브 라이프’ ‘생명의 항해’ ‘카페인’ 등도 제작발표회에 팬들을 초청해 스킨십을 높였다. 제작사들은 이들을 위해 할인을 해주거나 인터넷 공연정보 사이트에 글을 올리는 대가로 공짜 표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제작사가 ‘뮤지컬 마니아’를 반기는 것은 아니다. 입소문이 중요한 공연 시장에서 이들의 평가가 ‘권력’으로 떠오르면서 제작사에 할인가격 적용과 함께 관람하기 좋은 좌석을 단체로 요구하는 사례도 있기 때문. 한 공연제작사 관계자는 “예매처에 갑자기 ‘몇십 명이 볼 건데 좋은 좌석을 달라’고 요구해와 난감한 적이 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최근에는 마니아 대상의 이벤트를 열기보다 일반 관객을 늘리기 위한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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