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팬텀 씨]Q: 온몸에 금색 칠한 무용수 분장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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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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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라 바야데르’에서 온몸을 금색으로 칠한 무용수가 춤을 추는 장면을 봤습니다. 이런 분장은 어떻게 하는 건가요? (박나래·25·서울 서초구 양재동)

A: 파우더 → 금칠 → 반짝이… 무용수, 앉지도 눕지도 못해

29∼11월 5일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발레 ‘라 바야데르’는 배경이 인도인 만큼 이국적 분위기의 춤이 많이 등장합니다. 그중에서도 관객의 눈을 가장 많이 사로잡는 것은 온몸을 금색으로 칠한 채 등장하는 황금 신상입니다. 화려한 분장과 독특한 움직임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죠.

그러나 이런 화려함 뒤에는 남모를 어려움이 있다고 합니다. 황금 신상의 번쩍이는 피부를 표현하기 위해 일일이 온몸에 금칠을 해야 하기 때문이죠. 황금 신상은 2막에만 잠깐 등장해 채 3분이 안 되는 짧은 독무를 선보입니다. 하지만 분장 시간은 최소한 1시간에서 1시간 반이 걸린다고 하네요.

발레 ‘라 바야데르’의 황금신상 역할을 맡은 유니버설발레단 무용수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씨의 몸에 분장사들이 금색 칠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유니버설발레단
발레 ‘라 바야데르’의 황금신상 역할을 맡은 유니버설발레단 무용수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씨의 몸에 분장사들이 금색 칠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유니버설발레단
분장은 크게 3단계로 이뤄집니다. 우선 몸 전체에 흰색 파우더를 바릅니다. 황금색을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죠. 파우더를 바른 위에 금색 칠을 합니다. 한 가지 색깔만 칠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색조의 금색을 칠해 동상의 느낌을 냅니다. 마지막으로 번쩍이는 피부 표현을 위해 금색 반짝이 가루를 온몸에 뿌려줍니다. 공연 시작 1시간 전부터 분장을 시작해 최소한 서너 명의 분장사가 동원돼야 2막 등장 전에 작업을 마칠 수 있다고 합니다.

더 큰 문제는 분장이 끝난 뒤입니다. 황금 신상 분장을 한 무용수는 앉지도, 눕지도, 기대지도 못하는 몸이 됩니다. 분장이 지워지거나 가루가 이곳저곳에 묻어나기 때문이죠. 심지어 제대로 몸을 풀 수도, 위에 겉옷을 걸칠 수도 없습니다.

2009년 발레 ‘라 바야데르’에서 황금신상 역을 맡았던 유니버설발레단 무용수 민홍일 씨는 “가을이나 겨울에 공연을 하면 추워서 몸이 굳고 근육도 긴장된 채로 춤을 춰야 한다는 점이 가장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최소한 두세 번은 샤워를 해야 분장을 깨끗이 지울 수 있답니다. 게다가 공연 몇 달이 지난 뒤에도 분장실 구석구석이나 그날 지녔던 소지품에서 계속 금가루가 나온다고 하네요. 어쨌거나 ‘빛나는 후유증’이라고 할까요.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연극 뮤지컬 무용 클래식 등을 보다가 궁금한 게 있으면 팬텀(phantom@donga.com)에게 e메일을 보내주세요. 친절한 팬텀 씨가 대답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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