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pping]“시간을 완전히 지배하라” 손목 위에 빛나는 독창성

황금 동전 ‘코인 워치’… 새 깃털로 꾸민 ‘페더’
아이디어+기술+예술… 스위스 대표 명품으로

코룸의 ‘애드미럴스 컵’ 모델이 스폰서로 지원하는 있는 영국 요트선수 벤 아인슬리. 2000년 시드니 올림픽부터 2008년 베이징 올림픽까지 올림픽 3개 대회 연속 금메달을 따낸 요트계의 슈퍼스타다. 사진 제공 코룸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코룸(CORUM)의 이름은 ‘정족수’라는 뜻의 프랑스어 단어인 ‘quorum’에서 유래했다. 코룸의 설립자인 르네 베네트는 ‘의견을 나누고 정당한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이라는 단어의 뜻에 매료됐고 이를 회사 이름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베네트는 철자를 줄여 회사 이름을 ‘C’로 시작하는 코룸으로 정했다.》
○ 시계 명장의 창의적인 작품 세계

코룸의 성공을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설립자 베네트의 공로다. 1933년 명품 시계 브랜드인 파텍 필립에 입사하면서 시계 제조와 인연을 맺었던 베네트는 1940년 오메가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15년 동안 오메가에 몸담았던 베네트는 그의 삼촌인 캐스턴 라이와 손잡고 1955년 스위스 라쇼드퐁에 자신의 시계 회사를 설립했다.

베네트는 하늘을 향하고 있는 열쇠 모양의 독특한 엠블럼을 통해 스위스 시계산업의 선두에 서겠다는 그의 의지를 드러냈다. 이 엠블럼은 ‘풀리는 수수께끼’ ‘새 영토에 대한 탐험’ ‘시간에 대한 완전한 지배’ 등을 상징한다. 코룸의 슬로건은 ‘열어 정복하라(Unlock and Conquer)’이다. 베네트는 올해 1월 95세를 일기로 타계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시계에 대한 그의 열정과 독창성을 추억하고 있다.

1956년 첫 제품을 시장에 선보인 베네트는 출범 초기부터 참신한 아이디어의 독특한 디자인으로 코룸의 성공을 이끌었다. 1958년 코룸이 출시한 ‘차이니스 햇’은 중국인들이 자주 쓰는 고깔모자 모양의 베젤(시계판 위에 유리를 고정시키는 테두리 부분)로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작품’이었다. 같은 해 베네트는 무브먼트가 내장된 황금 튜브 모양의 ‘골든 튜브’ 모델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아이디어는 1980년 출시된 ‘골든 브리지’에 적용된 코룸 특유의 ‘바게트 무브먼트’의 단초가 됐다.

애드미럴스 컵 챌린지 44.

코룸은 1957년 세계적인 요트 경기 대회인 애드미럴스 컵 대회의 공식 시계로 선정되면서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후 3년 뒤인 1960년에는 애드미럴스 컵 대회를 위한 사각형 케이스의 ‘애드미럴스 컵’ 모델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방수 기능이 있는 세계 최초의 사각형 시계로 기록됐다.

1964년 20달러짜리 미화를 반으로 쪼개 만든 ‘코인 워치’ 역시 독창성으로 눈길을 끈 시계다. 동전의 앞면과 뒷면을 각각 시계의 앞, 뒷면으로 활용해 독특한 예술 세계를 보여준다.

1965년 ‘버킹엄’이라는 오버 사이즈 시계로 그 혁신성을 다시 드러낸 코룸은 이듬해 현재까지 코룸을 대표하는 라인 가운데 하나인 ‘롬블브스’를 출시했다. 이 시계는 시간을 나타내는 숫자 표시(인덱스)가 시계 안쪽의 다이얼이 아닌 베젤에 새겨진 것으로 유명하다.

1970년 코룸은 진짜 새 깃털로 다이얼을 꾸민 ‘페더’를 소개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재료의 독창성뿐만 아니라, 그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하는 기술력도 인정받게 됐다. 1976년 명차 롤스로이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개발한 ‘롤스로이스’는 코룸의 명성을 더하는 데 한몫을 했다.

코룸의 대표 라인인 ‘코룸 브리지’ 라인 가운데 하나인 ‘골든 브리지’는 1980년에 선보였다. 사파이어 크리스털 케이스 안에 섬세한 무브먼트를 넣은 이 컬렉션은 스위스 시계의 명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 역동성-우아함 대표하는 4가지 라인

스위스 라쇼드퐁의 코룸 본사 사옥. 하늘을 향하고 있는 열쇠 모양의 독특한 엠블럼이 보인다. 이 엠블럼은 ‘풀리는 수수께끼’ ‘새 영토에 대한 탐험’ ‘시간에 대한 완전한 지배’ 등을 상징한다.

2000년 코룸은 세브린 분더만을 새 오너 겸 사장으로 맞았다. 분더만 사장은 코룸을 구성하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는 다양한 형태의 시도를 하고 있다. 분더만 회장의 아들인 마이클 분더만이 부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현재 코룸은 4가지 대표적인 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애드미럴스 컵과 롬블브스, 코룸 브리지, 아티전 라인이 그것이다.

앞서 설명한 대로 애드미럴스 컵은 1960년 첫선을 보인 이후 코룸에 인기를 가져다 준 모델이다. 올해로 탄생 50주년을 맞은 이 모델은 요트 동호인과 선수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다.

1983년 르네 베네트의 아들인 장르네 베네트가 이 모델의 디자인을 새로 만들면서 애드미럴스 컵은 다시 한 번 주목받게 됐다. 국제 해양 코드인 선박 페넌트에 12각형 베젤은 이제 애드미럴스 컵 라인의 상징이 됐다. 1991년에는 코룸 요트팀이 에드러럴스 컵에서 우승해 이 모델의 명성을 드높이기도 했다. 애드미럴스 컵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부터 2008년 베이징 올림픽까지 3개 대회 연속 올림픽 금메달을 딴 영국 요트선수 벤 아인슬리의 시계로도 유명하다.

애드미럴스 컵 모델이 코룸의 역동성을 설명한다면 롬블브스 모델은 순수한 형태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모델이다. 인덱스를 베젤에 새긴 최초의 시계로 시계 제조 역사의 한 획을 그은 모델로 꼽힌다. 단순한 듯하면서도 우아한 디자인에 로마 숫자를 새긴 베젤이 어울려 애호가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1980년 소개된 ‘골든 브리지’는 코룸 브리지 라인의 효시다. 투명한 시계 창 안쪽으로 보이는 다리 모양의 무브먼트는 멀리서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독창적인 디자인이다. 코룸 특유의 바게트 무브먼트가 적용된 코룸 브리지 라인은 ‘21세기형’으로 진화를 거듭했다. 코룸은 젊은 고객층의 확보를 위해 티타늄 소재의 ‘티 브리지’ 모델을 선보였다. 티타늄은 시계로 만들기에는 쉽지 않은 소재지만 코룸은 완벽한 광택을 유지하는 마무리 기술을 과시했다. 브리지 사이에 삼각형 모양의 지지대를 삽입해 견고성을 더욱 높였다. 직사각형의 사파이어 창으로 바게트 무브먼트의 움직임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코인워치로 대표되는 아티전 컬렉션은 코룸의 예술성을 극대화해 표현한 모델이다. 코룸은 이 라인을 통해 1955년부터 창의성과 순수 예술과의 결합을 시도해왔다. 보석 세팅과 조각 기술에 새로운 시도와 다양한 변형을 줘 매년 새로운 테마와 모티브를 가진 새 모델들이 아티전 컬렉션에 추가되고 있다. 아티전 컬렉션 가운데 한 모델인 코인워치는 미국의 20달러 황금 동전(Double Eagle Twenty Dollars)으로 만든 남성용과 10달러 황금 동전(Liberty Ten Dollars)으로 만든 여성용이 있다. 황금 동전 자체를 찾기 어려워지면서 코인워치 모델은 시계 애호가 뿐 아니라 동전 수집가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