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 간의 논쟁에 주목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세계적 보편질서로서 신자유주의적 개편이 강요되는’ 전 지구적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강요된 신자유주의(neo-liberalism)에 대한 철학적 대응을 모색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로서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 간의 논쟁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리와 나는 대립해야만 하나
개인의 권리, 자유를 우선시하는 자유주의와 공익, 공동선을 우선시하는 공동체주의 윤리학은 오랫동안 논쟁을 지속해 왔다. 이 책은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 입장에서 주장을 펼쳐온 철학자들의 견해와 논쟁을 살폈다.
자유주의 윤리학을 다룬 1부에서는 로버트 노직의 이론과 최소국가론을 다뤘고 칸트 도덕철학의 주제를 고찰한 존 롤스의 정의관, 롤스와 위르겐 하버마스의 논쟁을 소개했다. 2부에서는 공동체주의 윤리학의 입장에 선 마이클 샌델,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 찰스 테일러의 이론을 살펴봤다.
철학자들은 이전 철학자의 주장을 토대로 생각을 발전시키기도 하고 논쟁을 거치며 주장을 보완했다. 로크의 자연권을 검토하며 개인의 권리가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음을 논증한 노직은 최소국가를 지향하며 정의의 주제는 분배가 아닌 소유권리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이 같은 노직의 주장은 신자유주의의 철학적 작업에 일조한 것으로 평가된다. 롤스는 칸트의 도덕철학을 바탕으로 자신의 주장을 풀어냈다. 이 책은 롤스의 정치적 정의의 원칙과 하버마스의 도덕적 보편화 원칙이 서로 비판과 반론을 주고받으며 주장의 완성도를 갖추게 됐다고 소개했다.
개인의 권리와 자유, 개별적 정체성을 중시하는 자유주의 철학자들의 이론에 이어 이를 반박하는 공동체주의 철학자들의 견해도 등장한다. 샌델은 ‘옮음은 좋음에 우선한다’는 롤스의 자유주의를 칸트적 자유주의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비판을 제기했다. 매킨타이어는 위기에 빠진 현대의 도덕문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동체주의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테일러는 자유주의가 도덕적 위기를 가져왔다며 자아정체성과 도덕적 선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책은 이처럼 윤리학에 대한 각 철학자의 견해와 배경, 논쟁이 이어지는 과정을 담담하게 따라갔지만 전체 철학을 담지는 않았다. 저자 역시 철학자 개개인의 이론 및 사상을 전체적으로 그려내지 못했고 데이비드 고티에와 로널드 드워킨, 마이클 왈처 등 다른 철학자들의 견해를 전혀 다루지 못했다는 점을 이 책의 한계로 언급했다.
그러나 저자는 이들의 주장을 토대로 자신의 결론을 내놓는다. 여러 철학자의 견해를 정리하면서 “우리가 사회를 형성하며 살아가는 한, 양자의 입장이 상호보완적으로 공존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현실적인 요청을 보게 된다”고 주장한 것.
저자가 본 이상적인 결합방식은 개인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공동체와 민주주의를 활성화할 수 있는 자유주의적 공동체(liberal community). 책의 말미에는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때 신자유주의적 방식을 취한 한국과는 다르게 대응한 말레이시아의 사례를 소개한다. 말레이시아는 당시 국제 투기자본의 이동을 규제하고 공동체 의식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한마디로 신자유주의만이 절대 옳은 가치는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신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 중 한쪽으로 쏠려 생기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양쪽의 가치를 결합한 사회모형이나 정책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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