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현악 연주회에 갔는데 연주 중 갑자기 3층 객석통로 문이 열리더니 로비 쪽에서 트럼펫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어떤 이유로 무대와 동떨어진 곳에서 연주를 하는지, 지휘자가 보이지 않는 곳인데 박자는 어떻게 맞추는 건지 궁금합니다.(서은형·28·부산 해운대구 우동)
A: ‘진군행렬-내세’표현위해 청중과 떨어진 곳서 연주
말러 교향곡 2번 ‘부활’ 5악장은 무대 뒤쪽에서 트럼펫과 호른, 타악기 소리가 울려나오도록 작곡가가 악보에 표시했습니다. 이승이 아닌 초월적 내세에서 들려오는 소리임을 강조하려는 효과죠. 레스피기 교향시 ‘로마의 소나무’도 작곡가가 무대 밖에 별도의 트럼펫을 배치했습니다.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를 표현함으로써 로마 군대의 긴 진군 행렬을 나타내려는 의도입니다. 때로는 객석 쪽 문을 열어 청중 뒤쪽에서 소리가 들려오도록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5.1채널이 부럽지 않은 입체음향 효과입니다.
두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관현악에서 무대 밖에 배치되는 악기는 대부분 트럼펫이나 트롬본 등 금관악기입니다. 광대한 영역을 소리로 표현하려는 작곡가의 의도가 드러나는 부분이므로, 음량이 큰 금관악기를 사용해 넓은 공간에 울리는 공명과 확산의 효과를 강조합니다.
이와 달리 오페라에서는 무대 뒤에서 독창이나 합창이 들리도록 한 경우가 많습니다.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 1막 끝부분에서는 남주인공 알프레도가 무대 뒤에서 애타는 사랑을 노래로 표현하도록 했습니다. 비올레타의 파티장을 나왔지만 밖에 나가서도 연심을 주체 못하는 장면이죠. 같은 작곡가의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에서는 멀리서 합창단이 부르는 ‘불쌍히 여기소서’(미제레레) 합창이 사로잡힌 주인공의 서글픈 처지를 극적으로 묘사합니다. 구노 ‘파우스트’에서는 합창이 무대 뒤에서 시작돼 점점 다가오더니 무대 위로 행진이 펼쳐집니다. 전쟁터에 나갔던 병사들이 고향으로 돌아오는 장면을 묘사했습니다.
이렇게 무대 밖에서 악기 연주나 노래를 하는 경우 지휘자를 볼 수 없는데 어떻게 박자를 맞출까요. 독자 여러분이 상상하는 바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듯합니다. 오늘날에는 지휘자의 모습을 카메라가 촬영해 모니터에 비추고, 무대 밖의 연주자나 합창단은 이를 보면서 연주합니다. 요즘 우리나라의 공연장은 대부분 로비에 평면TV 모니터가 설치돼 있으니 트럼펫이 로비에 나가서 연주할 때는 특별한 사전 준비도 필요하지 않죠. 그렇지만 카메라나 모니터가 없던 시절에는? 당연히 ‘눈치껏’ 맞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여러 차례의 반복 연습은 필수였답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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