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했던 등산이 악천후로 위험해진다면 어떻게 할까. 안전을 고려해 등산을 재고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정상 정복의 쾌감만을 떠올리며 감행하는 사람이 있다. 물건을 앞뒤 재지 않고 사들이거나 즉흥적으로 사업 행보를 결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처럼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이들은 흔히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무모한’ 사람으로 인식돼 왔고 치료의 대상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심리학자인 저자는 “충동으로 인류가 발전해 왔으며 충동을 잘 조절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충동적 행동, 즉 과잉행동을 만드는 요인을 유전자에서 찾는다.》 사람을 생기발랄하고 새로운 경험을 갈구하게 만드는 화학물질이 도파민이다. 우리 내부의 도파민을 조절하는 역할은 두뇌 속 유전자 D4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약 4만 년 전, 네 차례 짧게 반복되는 D4의 돌연변이로 일곱 번 반복되는 긴 D4가 나타났다. ‘탐색추구 유전자’로 불리는 이 D4돌연변이 유전자는 도파민에 덜 민감해 도파민 생성을 촉진하는 더 자극적인 행동을 요구한다.
이 D4돌연변이가 나타난 4만 년 전 인류의 역사도 바뀌었다. 현생인류 호모사피엔스가 고향인 아프리카 대륙을 등지는 파격적인 ‘탐색추구’ 활동을 펼친 끝에 추운 북쪽으로 퍼져나간 것이다. 지도나 특별한 도구도 없이 새로운 땅으로 이주한 인류는 그 뒤 폭발적인 진보를 이뤘다.
저자에 따르면 충동은 곧 성공의 변수다.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처럼 세상에 깊은 인식을 준 이들은 충동적인 행동을 통해 현재의 지위를 이뤘다는 설명이다. ‘충동적’이라는 말을 들을 때 흔히 떠올리는 말썽꾸러기 이미지와 상반된다. 하버드대를 중퇴하고 성공이 보장되지 않은 마이크로소프트를 설립한 게이츠는 속도광이었고 한밤중에 불도저로 땅을 파는 엉뚱한 짓도 서슴지 않았지만 도전할 때는 머뭇거리지 않았다. 관습을 떠나 대담한 행동을 했기에 훗날 값진 보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때론 사람들이 충동을 이기지 못해 들끓고 혼란을 겪기도 한다. 어떤 상황이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순간 생존본능에 휩쓸려 실수를 하는 것이다. 이를 이용한 정치가들은 상대방을 겨눠 ‘저 사람이 당선되면 위험해진다’는 인식을 줌으로써 유권자를 현혹한다. 사람들은 건실한 공약보다 위험 신호에 더 민감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혼자만 밑질 수 없다는 심리는 평소 신중한 사람까지 충동적인 행동을 하게 만든다. ‘나도 투자하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심리가 확산되면서 너나 할 것 없이 튤립 구근 투자에 뛰어들어 일어난 17세기 튤립 광풍이 한 예다.
모험 상황에 빠지면 사람들은 무작정 뛰어들거나 안절부절못하다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마련이다. 저자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근본적인 명제를 해법으로 내세운다. 톡톡 튀어나가려는 충동과 더불어 위험을 피하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도 충동의 일종이라는 설명이다.
충동이 일어나는 양상이나 이를 관리하는 방법도 개인별로 다르다. 저자는 사람들을 의사결정 방식에 따라 ‘위험관리형’ ‘모험추구형’ 등 두 유형으로 나눈다. 위험관리형 인물은 신중하게 계산해 행동하고 안정적이지만 타인의 의견에 휘둘리거나 잘못된 결정을 내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빠져 결정을 미루는 경향이 있다. 반면 모험추구형은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지만 계획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거나 타인을 고려하지 않은 채 결정을 내리는 단점이 있다.
유전자에 각인된 자신의 유형을 바꾸려고 노력할 이유는 없다. 저자는 각 유형에 맞는 ‘충동 사용 설명서’를 제시하며 자신에게 맞는 선택 전략을 짜라고 권고한다.
‘겁부터 먹지 말라’ ‘긴박한 상황일수록 한곳에 집중하라’는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위험관리형에게 저자가 건네는 조언이다. 2007년 마스터스 골프대회에서 타이거 우즈와 승부해 우승을 차지한 무명 골퍼 잭 존슨은 불안과 흥분을 유발하는 충동을 억제한 채 당장의 샷에만 집중해 성공할 수 있었다.
모험추구형에게는 실패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책은 오늘날에도 존재하는 프란체스코회의 예를 든다. 규모가 커진 조직을 관리할 수 없었던 프란체스코회는 냉철한 지도력과 분별력을 지닌 우골리노의 도움을 받아 청빈의 교회 갱신운동을 성공적으로 지속할 수 있었다. 이 밖에도 ‘큰 목표 아래 작은 목표를 재조정하라’ ‘남의 의견도 경청하라’ ‘마무리 투수에게 업무를 위임하라’와 같은 조언이 이어진다.
저자는 “두 경향을 희석하거나 타협할 일이 아니라 균형을 잡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한다. 충동적인 결정이 붉은색, 신중한 결정이 파란색이라면 타협을 통해 보라색이 되는 게 아니라 붉은색과 파란색이 적절한 위치에 놓이도록 ‘모자이크’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점을 보완하면 기대 이상의 성과와 성공을 만들 수 있다. 책의 말미에 저자는 조직 경영자들에게 전하는 한마디를 덧붙인다. “모험추구자와 위험관리자를 함께 두고 조화시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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