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016>抑王은 興甲兵하며 危士臣하여

  • Array
  • 입력 2010년 11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제나라 宣王(선왕)은 흔鐘(흔종, 종에 피를 바름)에 끌려가는 소를 살려주어 은혜가 禽獸(금수)에는 미쳤으나 그 功效(공효)가 백성을 어질게 대하는 仁民(인민)의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다. 맹자는 그 점에 초점을 맞추어 제선왕이 推恩(추은)의 당연한 순서를 잃었다고 지적하고 그에게 스스로의 마음을 헤아려보라고 권했다. 또한 제선왕이 실제로는 군사를 동원해서 영토를 넓히는 데 뜻이 있음을 간파하고 있었기에, 위와 같이 돌연히 질문했다.

抑은 화제를 전환시키는 발어사로 간주해 왔다. 오늘날의 중국에서는 ‘설마’나 ‘어찌’ 등 반문하고 힐난하는 뜻을 나타내는 부사로 보고 있다. 甲兵의 甲은 甲胄(갑주), 兵은 武器(무기)를 가리킨다. 따라서 興甲兵은 전쟁을 일으킴을 말한다. 士臣의 士는 戰士(전사), 臣은 정치에 참여하는 朝臣(조신)을 가리킨다. 構怨於諸侯는 제후에게 원한이 맺히도록 한다는 뜻이다. 快於心은 마음이 유쾌하다는 뜻으로, 그 뒤의 與는 추정과 의문의 뜻을 나타내는 종결사이다.

제선왕은 愛民(애민)의 마음이 가볍고 또한 짧았다. 맹자는 그 원인이 興甲兵, 危士臣, 構怨於諸侯의 세 가지로 유쾌함을 삼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실은 그 셋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이 세 가지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마음에 유쾌하게 여길 바가 아니며, 이 셋은 흔종을 위해 불쌍하게 끌려가는 소를 그냥 죽게 내버려두는 일보다 더 심한 일이다. 맹자는 이 점을 문제 삼아 왕에게 힐문한 것이다.

우리가 측은지심을 쉽게 발로하지 못하는 이유는 유쾌하게 여겨서는 안 되는 다른 어떤 것을 유쾌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무엇을 유쾌하게 여기고 있는지 猛省(맹성)해야 하리라.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