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기표 4단 ● 염정훈 7단
본선 16강 6국 7보(148∼179) 덤 6집 반 각 3시간
흑이 역전한 것은 분명한데 그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백의 실리가 아직은 말을 하고 있다. 백은 판을 흔들어 재역전 기회를 노려야 한다.
백 60으로 밀어간 수에는 책략이 숨어있다. 흑이 아무 생각 없이 참고 1도 흑 1로 막으면 백 2로 붙이는 것이 맥이다. 흑 3으로 저항하는 것은 무모하다. 백 16까지 흑은 꼼짝 못하고 걸려든다. 그래서 흑이 한발 늦춰 61로 받은 것이 정수.
홍기표 4단은 백 64로 끊어 또 한 번 ‘흑 유리’라는 벽에 도전한다. 중앙 흑의 단점을 최대한 활용해 흑 집을 깨자는 것이다.
백 70, 72로 활용한 것은 좋았는데 백 74가 다 된 밥에 코 빠뜨린 격이다. 참고 2도 백 1로 단수 쳤으면 더 많이 흑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만약 흑이 2로 버티면 백 11까지 수가 난다. 따라서 백 1 때 흑은 3의 자리로 물러설 수밖에 없다. 결국 이 역시 서로 두 점씩 때려내는데 실전보다 백이 훨씬 이득인 건 자명하다. 흑 79까지의 결과는 흑이 선방한 셈.
홍 4단의 심경은 답답하다. 두 번의 노림수가 모두 무산되면서 이젠 승부처로 삼을 만한 곳이 눈에 띄지 않는다. 변수가 별로 없는 끝내기만 남은 상황. 흑이 큰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다면 백은 승리를 바라보기 힘들다. 백은 여기서 주저앉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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