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한국출판영업인협의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이런 제목의 질문이 올라왔다. ‘금요일(10월 15일) 저녁부터 인터넷서점(예스24 인터파크 알라딘 교보문고)에서 시공사 대교출판의 모든 책이 할인율 0%(정가)로 판매되는 이유’를 알고 싶다는 질문이었다. ‘출판사’라는 ID의 이용자는 “오픈마켓에 책을 주지 말라는 협박 조치”라는 답을 올렸다. 나머지 댓글도 ‘책값 할인율을 놓고 온라인서점과 오픈마켓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불똥이 출판사에 튀었다’는 게 요지였다.
이 게시판의 지적처럼 교보인터넷 알라딘 예스24 인터파크도서 등 4대 온라인서점이 오픈마켓의 저가 공세에 맞서기 위해 ‘할인율 0%’라는 방식으로 일부 출판사를 압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온라인서점 관계자는 “오픈마켓에선 출판사의 공급가보다 싸게 판매하는 ‘부당염매(廉賣)’도 잦다. 시장을 어지럽히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출판사의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출판계에선 이를 두고 ‘온라인서점 간의 담합을 통한 출판사 길들이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오픈마켓의 큰 할인폭에 온라인서점이 직접 맞서는 데 한계를 느끼자 특정 출판사의 모든 책을 일정 기간 정가(할인율 0%)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출판사의 등을 떠밀었다는 것이다.
온라인서점은 신간의 경우 마일리지 적립을 포함해 정가의 19%, 구간은 30%가 넘는 할인율을 적용한다. 따라서 “정가로 책을 내놓는 것은 고객에게 해당 책을 사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출판계는 지적한다. 한 출판사 대표는 “‘할인율 0%’ 조치를 당한 출판사가 G마켓에 자사의 책을 공급가 아래로는 판매하지 말라고 요청하면 온라인서점이 원래의 할인율로 되돌려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온라인서점이 ‘담합’으로까지 비판받는 이런 방식을 동원한 것은 오픈마켓이 파격적인 할인가로 기존 온라인 출판시장을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2일 오후 4시 현재 4대 온라인서점과 G마켓의 책값을 비교해본 결과 G마켓에서 최저가로 검색되는 책값이 대체로 싼 것으로 나타났다.
정가가 1만3000원인 맬컴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의 경우 온라인서점은 대부분 30% 할인된 가격에 판매됐다. G마켓의 최저가는 50% 할인된 6500원이었다. 게다가 온라인서점은 1만 원 미만 구입 시 배송비 2000원을 고객에게 물리지만 G마켓은 배송비가 무료다. 따라서 결제 금액에선 온라인서점의 책 가격이 G마켓 최저가보다 최고 4500원 비싼 결과가 나타난다. 일부 책은 G마켓의 가격이 더 비싼 경우도 있었지만 배송비 쿠폰 등을 계산에 포함하면 대부분 G마켓의 최저가가 온라인서점의 할인가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픈마켓의 공세에 ‘할인율 0%’를 무기로 출판사의 등을 떠민 온라인서점은 시장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고육책이었다고 설명했다. 교보문고의 한 관계자는 “G마켓이 과도한 할인으로 시장가격을 흐리는 것에 인터넷서점의 불만이 계속 제기돼 왔다”고 밝혔다. 알라딘의 관계자는 “온라인서점이 스스로 합리적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것처럼 오픈마켓도 시장질서를 세우는 자정 노력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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