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들의 전쟁, 이보다 더 숨막힐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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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3일 03시 00분



■ 이달 명승부 잇달아

11월 바둑 팬들은 즐겁다. 정상급 바둑 기사들이 펼치는 명승부가 잇따라 열리기 때문이다. 국내 기전으론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박영훈 대 원성진), 올레 KT배(이세돌 대 강동윤), GS칼텍스배(조한승 대 원성진) 결승전이 열리고 있다. 명인전과 KT배는 우승 상금이 1억 원, GS칼텍스배는 5000만 원이다.

국제 기전은 삼성화재배의 준결승전(구리 대 김지석, 허영호 대 박정환)이 펼쳐지고 있다.

○ 최강 황소들의 대결

박영훈 9단과 원성진 9단은 1985년생 소띠 동갑내기. 이들이 신예일 때 최철한 9단과 함께 ‘송아지 3총사’로 불렸다. 지금은 무럭무럭 자라 어엿한 황소가 됐다. 최 9단과 박 9단이 세계대회와 국내대회에서 여러 번 우승한 반면 원 9단은 국내 정규 기전에서 딱 한 번 우승한 것 외에는 성적을 내지 못해 우승이 누구보다 아쉽다. 명인전 결승 1국에선 박 9단이 이겨 기세를 올렸지만 원 9단이 2국에서 거대한 대마를 잡으며 이긴 뒤 3국마저 밀어붙였다. 원 9단은 “2승 1패로 앞서나가 유리하지만 4국을 지면 심리적으로 쫓길 수 있기 때문에 우승 확률은 50%라고 본다”고 말했다.

○ 전투라면 자신 있다

KT배에서 만난 이세돌 9단과 강동윤 9단은 둘 다 막강 전투력을 보유한지라 대국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두 기사는 2008년 박카스배 천원전 결승에서 만나 강 9단이 3승 2패로 이겼다. 하지만 같은 해 명인전 결승에선 이세돌 9단이 3승 1패로 앙갚음했다. 1국에서 두 기사는 명불허전의 난타전을 펼쳤다. 17개의 흑 말과 28개의 백 말이 처절한 수상전을 벌이며 관전자들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막판 타협을 하며 계가로 이어졌지만 강 9단이 막판 끝내기에서 실수하는 바람에 이 9단이 어렵게 1승을 챙겼다. 이 바둑을 해설한 김성룡 9단은 “이 바둑만으로 책을 한 권 써도 될 정도로 변화가 많았다”며 “프로들이 보기에도 대단한 승부였다”고 말했다. 1국에서 기세를 탄 이 9단이 2국마저 승리해 우승에 1승만 남겼다. 하지만 강 9단이 그냥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 군인 정신 vs 기세 상승

GS칼텍스배 타이틀 보유자는 현재 군복무 중인 조한승 9단. 조 9단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광저우 아시아경기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등 활약을 펼치고 있다. 원 9단도 명인전과 이 대회 결승에 오르며 기세를 타고 있다. 1국에선 조 9단이 특유의 유연한 행마로 원 9단을 꼼짝 못하게 묶어버리며 낙승했다.

○ 구리를 꺾어라

삼성화재배 준결승이 관심을 끄는 것은 한국 선수로 박정환 8단, 허영호 김지석 7단 등 젊은 기사가 진출한 반면 중국은 구리 9단 한 명만 남았기 때문. 숫자만 보면 3 대 1이지만 경험 면에선 구리 9단의 무게가 만만치 않다. 김지석 7단은 구리 9단과의 1국에서 패했지만 8강에서 쿵제 9단을 누른 저력이 그냥 잠자지는 않을 것이다.

허 7단은 그동안 정상급보단 한 등급 아래라고 여겨졌지만 올해 약진을 거듭하며 랭킹 5위까지 올라 절정의 기량을 보이고 있다. ‘차세대 선두주자’라고까지 칭찬받는 박 8단을 1국에서 끈질긴 추격 끝에 이긴 것도 예사롭지 않다.

김승준 9단은 “구리 9단의 컨디션이 최근 저조한 편이어서 세계 기전에서 처음 우승하는 한국 기사가 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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