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서 만난 발레리노 김용걸 씨는 줄곧 인사를 받기에 바빴다. 복도를 지나가는 학생들마다 그를 알아보고 꾸벅 허리를 굽혔다.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활약하다 2009년 9월 한예종 교수로 복귀한 지 1년여, 이제 ‘선생님 김용걸’에 익숙한 모습이었다.
그가 지난해 7월 국내 복귀 무대 ‘김용걸과 친구들’ 이후 처음 무대에 돌아온다. 12∼14일 서울 강남구 LIG아트홀에서 공연하는 1시간짜리 신작 ‘지젤: 우리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안무를 맡고 알브레히트 역으로 출연도 한다.
김 씨는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부상 등을 이유로 잇따라 공연 출연이 무산됐다. 이날 한예종 연습실에서 ‘지젤…’ 연습을 위해 몸을 풀던 그는 “평생 먹을 진통제를 다 먹고 있지만 공연 준비하며 몸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출연엔 무리가 없다”고 했다.
이번 작품에는 ‘특별한’ 동료가 한 명 있다. 파격적인 작품으로 유명한 현대무용 안무가 안은미 씨다. 안 씨는 이번 공연의 연출과 기획을 맡았다.
“왕자인데 왕자 같지 않아서 좋죠. 새로운 것에 굉장히 열려 있기도 하고요. 춤 잘 추는 건 말할 것도 없죠.”
이날 한예종 연습실에서 김 씨가 연습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안 씨의 말. 이번 공연도 올해 초 안 씨가 먼저 제안했다. 안 씨는 “뛰어나거나 유명한 무용수와 함께할수록 안무가로선 작업에 두려움이 크다. 그래도 나름 여러 작품을 창작해본 사람으로서 그런 분들과 같이 노를 젓는, 일종의 동무가 되는 프로젝트를 구상해 왔는데 김용걸 씨와 인연이 닿았다”고 말했다.
“처음엔 싫었죠.”
김 씨에게 처음 공연을 제의받았을 때 기분을 묻자 그는 단번에 그렇게 대답했다. “(안은미 씨는) 워낙 ‘선’을 넘나드는 분이시잖아요. 전 고전발레를 하면서 쭉 선을 지켜왔던 사람이고…. 하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서 더 잘 가르치기 위해선 저도 선을 넘나드는 경험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정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이번 작품 ‘지젤…’은 고전발레 ‘지젤’의 후일담 성격을 띤다. 김 씨는 “어떤 장르가 될지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답하기가 어렵다. 대사가 나오기도 하고, 영상도 활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의 또 다른 특징은 소극장 공연이라는 점. 공연이 열리는 LIG아트홀은 150석 규모의 아담한 공연장이다. 안 씨가 툭 말을 던진다. “김용걸을 ‘진짜 질리도록’ 볼 수 있는 공연이 될 거라니까. 많이들 보러 오세요. 땀방울 하나 근육 하나까지 보일 거예요.”
오랜만의 복귀작에 자신의 안무를 선보이는 자리다. 1시간짜리 긴 작품은 처음이기도 하다. 부담스럽지 않을까. 김 씨는 걱정을 완전히 털어버린 듯 명쾌하게 답했다.
“작은 실수도 다 보이겠죠. 게다가 부상 중이니까요. 그래도 계속 도전해야죠.” 12∼14일. 3만 원. 1544-3922, www.ligartha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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