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사의 상흔을 과거 현재 미래의 관점에서 조명한 남산예술센터의 3부작 연작에 출연하는 배우들. 사진 제공 남산예술센터
한 명의 연출가와 세 명의 작가가 빚어낸 서로 다른 빛깔의 연극 3편을 순차적으로 공연하는 독특한 연극 프로젝트가 무대화한다. 8∼21일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무대에 오르는 ‘세 자매의 산장’(8∼11일), ‘너의 왼손’(13∼16일), ‘냄비’(18∼21일)다.
세 연극은 한국현대사가 남긴 상흔을 소재로 장성희 김민정 김명화 씨 3명의 작가가 쓴 세 편의 작품을 최용훈 씨가 연출한 작품이다. 지난해 남산예술센터 개관작이었던 ‘오늘, 손님 오신다’에서 선보였던 공동창작 형식을 새롭게 발전시켰다.
‘오늘, 손님 오신다’는 장성희 작 구태환 연출의 ‘미스터리 쇼퍼’, 고연옥 작 고선웅 연출의 ‘가정방문’, 최치언 작 최용훈 연출의 ‘얼굴들’ 3편의 단막극을 동시에 한 무대에서 선보이는 독특한 형식실험을 펼쳤다. 올해는 개성이 저마다 다른 여성극작가 3명으로 하여금 각각 한 편의 장막극을 쓰게 하고, 이를 한 명의 연출가가 동시다발적으로 무대화하도록 해 다원성 속에 통일성을 기하도록 했다.
장성희 씨 원작의 ‘세 자매의 산장’은 1967년 유럽에서 유학하던 남한 학생들이 대거 북한의 간첩으로 포섭됐다는 동백림사건이 개인의 삶에 가한 상처를 체호프의 ‘세 자매’의 틀을 빌려 조명한다. 김민정 작가의 ‘너의 왼손’은 아프가니스탄 선교단 피랍사건(2007년)을 현재의 관점에서 새롭게 성찰한다. 김명화 작가의 ‘냄비’는 월드컵경기를 코앞에 둔 가까운 미래 어느 술집을 배경으로 전쟁, 군대, 축구 등을 통해 한국 현대사에 깔려있는 남성중심주의적 시각을 비판한다.
연출가 최용훈 씨는 “세 작품의 연습을 45일간 동시에 진행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면서 “세 작품을 각각 과거, 현재, 미래로 설정하고 정극, 일상극 그리고 극장주의 연극으로 양식을 차별화하는 한편 (시간성을 상징하는) 모래와 (역사구조를 상징하는) 골조를 활용해 이미지의 통일을 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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