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함을 담았네, 선인들의 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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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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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자수박물관, 조선 유물 100여 점 특별전, 향주머니 등 화려하고 현대적인 디자인 눈길

중요 민속 자료 41호인 18세기 조선시대 향낭. 향을 넣어 갖고 다니던 주머니로, 장수와 행복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학 구름 나비 박쥐 등을 수놓아 화려하게 장식했다. 사진 제공
한국자수박물관
중요 민속 자료 41호인 18세기 조선시대 향낭. 향을 넣어 갖고 다니던 주머니로, 장수와 행복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학 구름 나비 박쥐 등을 수놓아 화려하게 장식했다. 사진 제공 한국자수박물관
아기의 돌 주머니, 수저 주머니, 붓 주머니, 향주머니, 버선본 주머니, 안경 주머니, 바늘 주머니, 할아버지 담배쌈지…. 조선시대 주머니의 모든 것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 강남구 한국자수박물관에서 내년 9월 30일까지 열리는 ‘복을 담는 주머니·쌈지’ 특별전. 전통 주머니의 매력에 빠져 볼 수 있는 보기 드문 전시다. 한국자수박물관은 자수와 보자기 컬렉션으로 유명한 곳.

이번 전시엔 다양한 모양과 용도의 조선시대 주머니 100여 점이 선보인다. 중요민속자료 41호인 향낭(향주머니)과 중요민속자료 42호인 다라니 주머니는 처음 공개되는 주머니다. 출품작 대부분이 정성껏 수를 놓은 주머니들로, 실용품의 차원을 넘어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주머니는 두루 주머니와 귀 주머니로 나뉜다. 두루 주머니는 밑이 둥글고 입에 잔주름을 잡아 양쪽으로 끈을 꿰어 졸라매는 주머니를 말한다. 귀 주머니는 사각 모양으로 입 위쪽 절반을 아래로 두 번 접어 사용하는 주머니다. 조선시대엔 주로 여성들이 두루 주머니를, 남성들이 귀 주머니를 사용했다.

옛 사람들의 주머니를 잘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다. 수저 주머니는 대개 붉은색이다. 식생활은 건강과 밀접하기 때문에 생명을 표상하는 붉은 천을 사용해 액을 물리치려 한 것이다. 여기에 십장생, 연꽃, 모란 등 길상무늬와 수복(壽福) 등의 문자를 수놓아 행운을 기원했다.

바늘 주머니는 노리개의 역할도 겸할 수 있도록 아름답게 장식했다. 안에는 바늘이 녹슬지 않도록 머리카락을 채워 넣었다. 표면은 꽃과 기하학적 무늬로 화려하게 수놓았다.

안경 주머니도 이채롭다. 16세기 후반 우리나라에 들어온 안경은 18세기에 본격적으로 보급되었다. 이때부터 안경을 허리춤에 매다는 것이 유행했고 이런 분위기에 따라 안경 주머니도 화려하게 장식했다.

쌈지는 작은 주머니를 말한다. 쌈지는 표면 디자인이 좀 더 독특하다. 흰색 남색 등 단순한 색깔의 쌈지, 오색 비단 쌈지, 누비 쌈지 등의 경우 현대적인 감각의 디자인이 두드러진다.

처음 공개되는 향낭은 화려하다. 향낭은 향을 넣어 갖고 다니던 주머니. 향낭 위쪽으로는 박쥐매듭이 있고 아래로는 49cm 길이의 줄 15개가 늘어뜨려져 있다. 표면 윗부분에는 큰 나비가 날개를 펼쳐 구름과 봉황을 감싸고 있는 모습을 수놓았다. 아래쪽으로는 다섯 가지 복을 상징하는 5마리의 박쥐와 장수를 상징하는 불로초가 구름과 학을 떠받치고 있는 모습을 수놓아 장식했다.

중요민속자료 42호 다라니 주머니에선 조선 사람들의 깊은 불심을 만날 수 있다. 부처에게 기도하는 여신도의 모습과 그의 발원문을 수놓아 장식했다.

출품작들은 모두 단정하고 아름답다. 크지 않은 주머니지만 거기엔 옛 사람들의 넉넉한 마음과 아름다운 정서가 함께 담겨 있다. 주머니를 통해 옛 사람들의 생활 미학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다.

이와 함께 한국자수박물관은 11일부터 스페인 마드리드 국립의상박물관에서 ‘한국 섬유, 그 천년의 노고’ 특별전을 개최한다. 주머니와 보자기 노리개 복식 병풍자수 등 소장품 110점을 출품한다. 주머니 전시 문의 02-515-5115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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