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이 많았는데 ‘자이언트’가 잘되려고 액땜한 건가 봐요. 안 좋은 일을 잊고 연기에 전념할 수 있어서 드라마에 감사해요.”
박상민(40)은 인터뷰를 잘 하지 않는 배우다. SBS 드라마 ‘자이언트’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맏형 이성모 연기로 시청률을 30%까지 끌어올리는 데 한몫 단단히 하고 있지만 드라마 밖에서 그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사생활에 대해 묻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인터뷰 약속을 잡았는데 기자와 마주하자 박상민은 묻지도 않은 사생활 얘기부터 꺼냈다.
2007년 11월 결혼한 박상민은 올 3월 서울 가정법원에 이혼 소송을 청구했다. 박상민은 부인을 때린 혐의로, 부인은 남편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각각 검찰에 약식 기소된 상태다.
“방송을 앞두고 이혼, 부인 상습 폭행, 결국 ‘자이언트’ 하차 기사까지 떴어요. 진짜 싹 다 접어버리고 대차게 (언론과) 붙어 버리고 싶었어요. 하차라니? 그런데 주변에서 상민이 절대 그럴 놈 아니라고 했어요. 그때 느낀 분노나 절망이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박상민은 “‘자이언트’가 끝나도 성모를 마음속에서 털어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 달초 드라마가 끝나면 소속사 식구들과 한 달간 여행을 다녀 올 계획이다. 사진 제공 SBS
마음고생이 심해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는 날이 반복됐다. 건강이 나빠져 병원에서는 입원을 권유했다. 소속사 대표 김봉수 씨는 “상민이를 살린 건 자이언트”라고 거들었다. 박상민도 동의했다.
“나는 먹기 싫어도 코디네이터, 매니저 밥은 먹여야 하잖아요? 그러니까 나도 먹게 되고 시간이 없으니까 술도 안 먹고…. 일을 하니까 살게 되더군요. 이 악물고 목숨 거는 거지.”
‘자이언트’를 하면서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에도 서너 번 올랐다. “박상민의 재발견”, “진정한 터프 가이” 같은 칭찬도 이어졌다. 그는 “역시 박상민이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기뻤다고 했다. ‘역시’라는 단어로 22년 연기 경력을 인정받은 느낌이라고.
최근에는 그가 대통령의 비자금 장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 요원들에 고문을 당하는 장면이 화제가 됐다. 물고문 전기고문에 거짓말탐지기까지 동원됐지만 끝까지 버티는 이성모와 기어이 자백을 받아내려는 조필연(정보석 분)의 카리스마 대결로 ‘자이언트’는 정점을 향해 내달았다.
그는 고문 장면을 실감 나게 연기하는 비결에 대해 “싸워서 코뼈도 부러지고 다리도 다치고, 촬영하다 전후방 십자인대가 다 망가져서 군대 면제까지 받았기 때문에 그런 고통을 잘 안다”고 했다. “고문 받는 성모가 섹시하다”는 ‘자이언트 폐인’들의 평가를 전하자 “참 변태네. 고문 받는 걸 가지고 그러게. 그래도 애들이 보는 눈은 있네”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원래 대본에 따르면 성모는 이미 죽은 목숨이다. 50부로 예정된 대본에서 40부 즈음 성모는 죽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성모를 죽이면 안 된다”는 민원이 빗발쳤다. 덕분에 60부로 늘어난 드라마에서 성모는 거의 막바지까지 나올 전망이다. 그를 멀리서 짝사랑하는 여자 중정 요원도 곧 등장한다.
박상민은 영화 연출을 공부하러 미국 영화연구소에 유학 갈 계획이었다. 3, 4년 전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왔는데 “자이언트를 할 운명이었나 보다”며 밝게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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