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KBS ‘전국노래자랑’ 30주년 특집 방송 녹화 현장에서 교복을 입은 김동환 군(17)을 만났다. 김 군은 “지금까지 ‘전국노래자랑’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면서 “막상 와 보니 관객들과 출연자들이 함께 어우러져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앞으로 챙겨 보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1999년 연말 결선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던 이지만 씨(36)의 제자로, ‘왕중왕’전에 참가한 선생님을 응원하려고 현장을 찾았다.
이날 진행된 녹화 현장에는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 장을 방불케 하는 파란 풍선이 객석을 가득 메웠다. ‘전국노래자랑’에서 매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흥겹게 춤을 추는 관객들의 모습도 어김없이 이어졌다. 빨간 스카프를 두르고 어깨를 들썩이는 아주머니를 비롯해 빨간 와이셔츠를 곱게 차려 입고 객석 통로를 뛰어다니며 춤을 추는 중년 남성까지 출연자만을 위한 무대가 아니라 시민 1500여 명이 함께하는 무대였다.
웃음과 함께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하는 출연자들의 다양한 사연도 소개됐다. 1999년 의족을 한 채 막춤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김지선 씨(41)는 다시 한 번 무대에 올라 11년 전의 막춤을 재현했다. 그는 고등학교 때 교통사고를 당해 서른두 차례에 걸쳐 수술을 하고 결국에는 의족을 하게 됐으나, ‘전국노래자랑’ 출연 이후 충남 서산시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등 ‘인생역전’에 성공했다. 눈물을 글썽이며 자신의 사연을 말하는 그를 보며 관객들은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1980년 11월 9일 오후 12시 10분 처음 방송된 ‘전국노래자랑’이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14일 1536회가 방송되는 이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시간대가 변경된 적이 없다. 무대에 오른 출연자만 3만여 명이고 총 관객은 1000만 명이 넘으며, 세 살 어린아이부터 103세 할머니까지 함께 출연하며 전 세대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으로 사랑받고 있다.
1988년부터 이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아 온 송해 씨(83)는 “말없이 흐르는 것이 세월이다”며 “알리고 싶은 것은 알리고 만나고 싶은 사람도 만날 수 있게 해 주는 ‘전국노래자랑’은 삶이 그대로 드러나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30년 동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올 수 있었던 ‘전국노래자랑’의 비결은 그의 짧은 몇 마디에 그대로 녹아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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