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는 제나라 宣王(선왕)에게 중원의 覇權(패권)을 차지하려고 甲兵(갑병)의 수단을 사용하는 일은 재앙을 초래하리라 경고하고 發政施仁(발정시인)하면 다른 나라 백성도 歸依(귀의)하게 되리라고 권고했다. 그러자 제선왕은 發政施仁의 구체적인 방법을 가르쳐 주면 한번 시험해 보겠다고 말했다.
혼(혼)은 暗愚(암우·어둡고 어리석음)함이다. 제선왕이 ‘吾혼’ 운운한 것은 자신을 낮추어 말한 것이다. 進於是의 是는 發政施仁을 가리키므로 不能進於是矣란 곧 仁政을 실행하는 수준까지 나갈 수가 없다는 말이다. 願은 청하는 뜻을 드러낼 때 사용하는 말이다. 夫子는 어른의 존칭인데 여기서는 맹자를 가리킨다. 輔는 輔弼(보필)함이다. 明以敎我는 분명하게 나를 가르쳐 달라는 말이다. 不敏은 현명하지 못하다는 뜻으로 자신을 낮추어 하는 말이다. 嘗試는 두 글자 모두 시험해 본다는 뜻을 지닌다.
‘양혜왕·상’의 제7장을 보면 제선왕은 자신을 낮추어 맹자와 대화를 이어나갔다. 게다가 ‘나의 뜻을 도와달라’고 했으니 맹자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려고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조선 후기의 金(간,한)(김간)이 지적했듯이 제선왕은 궁극적으로 영토를 확장하고 秦(진)나라와 楚(초)나라 등으로 하여금 朝會(조회)하러 오게 하는 데 뜻을 두었다. 따라서 맹자가 주장하는 發政施仁의 정치, 곧 왕도정치의 이념을 순순히 받아들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우리가 남의 助言(조언)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이념과 지향이 다르기 때문일 경우가 많다. 열린 마음으로 남의 조언을 받아들이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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