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규 3단 ● 허영호 7단
본선 16강 7국 7보(123∼143) 덤 6집 반 각 3시간
백은 피곤한 신세다. 흑 27까지 단패가 나는 것은 필연이다. 이 패를 지는 쪽이 패한다. 백은 팻감이 많다면 희망을 품어볼 수 있다. 하지만 우상 패는 백에게 더 부담스럽다. 백은 자체 팻감이 하나도 없는 반면 흑은 31을 필두로 여러 개의 자체 팻감을 갖고 있다. 백에게 유일한 팻감 공장은 하변 흑을 공격하는 것인데 전보에서 초읽기에 몰려 두 개의 팻감을 소모하는 바람에 남은 팻감이 별로 없다.
흑 31이 백에겐 얄미운 팻감. 참고도를 보자. 흑은 이곳에서 2, 8처럼 절대 팻감을 갖고 있다. 이어 흑 10(○의 곳)으로 패를 따내면 백은 팻감이 없다(4…○, 7…1).
백 36, 38로 패를 따내지 않고 물러선 것은 참고도를 고려한 눈물겨운 후퇴. 만약 흑이 우변 패를 해소하느라 하변을 방치하면 공격하겠다는 위협이다.
그러나 허영호 7단은 백의 위협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는 흑 39로 시원하게 패를 해소한다. 하변 흑은? “절대 죽을 돌이 아니죠.” 대국 후 그의 대답이었다.
백 40으로 연결을 차단하는 것이 백의 마지막 안간힘. 그러자 흑은 41, 43으로 간단하게 살아버렸다. 옹졸해 보이지만 살기만 하면 되므로 가장 간명한 길을 택한 것. 이 3단은 큰 짐을 덜어버린 듯 돌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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