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을 타고 가 드라큘라 백작을 만난다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고난도의 록 창법으로 담아낸 창작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 사진 제공 M J 스타피시
시간여행을 가능하게 해주는 타임머신과 영원히 죽지 않는 뱀파이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타임리스(timeless), 시간을 초월한다는 점일 것이다. 타임머신은 공상과학(SF), 뱀파이어는 공포라는 서로 다른 장르문학의 산물이지만 시간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인간 욕망의 발현체라는 점에서 같다.
이 둘을 결합한 창작뮤지컬이 등장했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공연 중인 ‘마마, 돈 크라이’다. 뮤지컬 ‘사춘기’에서 프랑크 베데킨트 원작을 한국적으로 재창작했던 이희준 작가와 박정아 작곡가, 김운기 연출이 뭉쳐서 만든 창작뮤지컬이다.
여자들 앞에서 숙맥인 천재물리학자 프로페서V(허규·조범준)는 각고의 연구 끝에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날아가 드라큘라 백작(유성재)을 만난다. 수많은 여성을 매료시키는 백작에게 반한 프로페서V는 매력의 원천을 자신에게도 전수해줄 것을 부탁한다. 결국 백작에게 목을 물린 그는 현실로 돌아와 엄청난 매력남이 된 자신을 발견한다. 그러나 보름달이 뜨면 야수로 돌변해 여성들을 희생시키는 자신의 실체도 뒤늦게 깨닫는다. 미래에도 살아있는 백작과 재회한 그는 자신의 피에 흐르는 저주를 풀기 위해 ‘끔찍한 계약’을 맺는다.
SF와 호러,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가 결합한 이야기는 강렬한 록 사운드를 타고 롤러코스터를 타듯 질주한다. 고음의 록 창법을 구사하는 두 명의 배우가 2시간 가까이 쉼 없는 에너지로 극을 끌고 가며 특히 여성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퇴폐적 분위기와 모성애를 자극하는 노래들은 ‘로키호러쇼’나 ‘헤드윅’을 연상시킨다. 특히 ‘달의 사생아’ ‘하프-맨, 하프-몬스터’ ‘마마, 돈 크라이’ 등의 곡이 강한 중독성으로 다가선다.
하지만 허술한 구석도 있다. 우선 주인공이 뱀파이어가 되려는 동기의 설득력이 약하다. 뱀파이어가 된 다음의 내면 갈등도 평면적이다. 전반부에 강조됐던 요절한 아버지와 홀어머니에 대한 애착이 후반부에서 실종되는 점도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타임머신과 뱀파이어의 대립 구도에 더욱 초점을 맞춘다면 지난해 개봉한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와 ‘시간여행자의 아내’ 같은 고품격 SF작품을 뮤지컬에서도 기대할 수 있을 듯하다. 3만 원. 12월 5일까지. 12세 이상 관람가. 018-354-8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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