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달콤한 아리아? 꿈도 꾸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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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8일 03시 00분


관객을 불편하게 만드는 오페라 ‘룰루’ 25~28일 국내 초연

위험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매력. 국립오페라단이 팜 파탈의 전형을 보여주는 오페라 ‘룰루’를 국내 초연한다. 무대 중심에 설치되는 커다란 나무는 여주인공 ‘룰루’를 상징한다. 사진 제공 국립오페라단
위험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매력. 국립오페라단이 팜 파탈의 전형을 보여주는 오페라 ‘룰루’를 국내 초연한다. 무대 중심에 설치되는 커다란 나무는 여주인공 ‘룰루’를 상징한다. 사진 제공 국립오페라단
《19세기 낭만주의 오페라의 아름다운 아리아와 솜털 같은 사랑 얘기에 다소 따분함을 느끼는 성악 팬이라면 1930년대 유럽 시민사회를 분노케 한 오페라 ‘룰루’에 관심을 기울일 만하다. 음란하고 변태적이며 살인 코드까지 있는 파격적인 주제에 느긋하게 감상하기 힘들게 하는 불협화음까지. 알반 베르크의 문제작 ‘룰루’(1937년)를 국립오페라단이 25∼2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선보인다. 1월 ‘이도메네오’, 10월 ‘메피스토펠레’에 이어 국립오페라단이 올해 세 번째로 선보이는 국내 초연작이다.》

○ 욕망과 배신, ‘날것’의 오페라

독일작가 프랑크 베데킨트의 희곡 ‘대지의 정령’과 ‘판도라의 상자’를 토대로 만든 오페라 ‘룰루’는 밑바닥 생활을 하던 여주인공 ‘룰루’를 중심으로 그녀를 둘러싼 남자들의 욕망과 죽음, 그리고 사랑과 배신을 그렸다. 원작은 발표 당시 ‘퇴폐적인 범죄행위’ ‘죄악의 미화’ 등 혹독한 평가를 받았으며 작가는 음란물 유포죄로 고소당하고 출판물은 폐기 판정이 내려졌다.

여주인공 룰루는 팜 파탈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는 신문사 편집장 쇤 박사의 정부(情婦)지만 그녀의 마력적 매력을 두려워한 쇤 박사는 룰루를 다른 남자와 결혼시킨다. 룰루와 결혼한 남자들이 죽어나가면서 쇤 박사는 결국 룰루와 정혼하게 되고 결국 그의 총에 죽는다. 룰루는 체포되지만 동성애자인 게슈비츠 백작부인에게 구출되고 매춘부 생활을 하다 변태살인마에게 참혹한 죽음을 당한다.

독일 출신의 연출가 크리스티나 부스는 15일 기자간담회에서 “룰루 주변의 남성들이 룰루를 중심으로 행성처럼 도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무대 가운데 큰 나무를 두고 회전하는 무대를 선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작 희곡은 공격적이고 냉소적인 태도로 중산층 계급의 위선적 도덕관을 혹독하게 비난하는 반(反)부르주아적 성격이 짙다. 이소영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은 “원작 소설과 달리 오페라에서 사회 비판 성격이 크게 두드러지는 않는다”면서도 “대체로 개인적 감정의 흐름을 짚는 낭만 오페라와는 달리 사회를 보는 눈을 뜨게 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 불협화음의 낯선 음악

‘룰루’는 한 옥타브 내 반음 12개를 모두 ‘평등하게’ 사용하는 12음 기법을 사용한다. 반음을 오르내리는 멜로디와 불협화음이 가득한 음악이 ‘의식적으로’ 관객을 초조하거나 불안하게 만든다. 파격적인 극의 내용과도 상응한다.

타이틀 롤을 맡은 재독 소프라노 박은주 씨는 “처음에는 낯설지만 자주 들으면 익숙해질 수 있다. 나는 ‘룰루’의 음악을 들으면서 잘 잔다”며 웃었다. 그는 나흘 동안, 총 4회 펼쳐지는 공연에서 ‘룰루’ 역을 혼자 소화한다. “힘들지만 소녀부터 창녀로 이어지는 ‘룰루’의 캐릭터에는 다양한 매력이 있죠. 제가 좋아하는 오페라 베스트 5 가운데 하나로 꼽는 작품입니다.”

이 오페라에는 1, 2막에서 죽었던 인물이 다른 배역으로 다시 3막에 등장하며 ‘룰루’를 제외한 주요 배역은 1인 2역이다. ‘쇤 박사’와 ‘잭더리퍼’ 역에는 바리톤 사무엘 윤 씨, ‘화가’와 ‘흑인 손님’에는 테너 김기찬 씨가 나선다.

지휘에는 독일 출신 프랑크 크라머가, 연주는 20, 21세기 음악 연주에 탄탄한 내공을 쌓아온 TIMF앙상블이 나선다. 1만∼15만 원. 02-586-5282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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