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국내 최대 수입중고차 매매센터 서울오토갤러리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9일 03시 00분


페라리… 허머… 팬텀… 꿈의 슈퍼카 3000여대 도열

서울오토갤러리에는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운 슈퍼카가 즐비해 자동차 마니아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사진은 서울오토갤러리에 매물로 나온, 한시절을 풍미했던 페라리 355 F1 스파이더의 모습. 샛노란 색상과 후드 속에 숨어 있다가 위로 튀어나오는 전조등 디자인이 이채롭다(위). 페라리 355 F1 스파이더의 날렵한 뒷모습(왼쪽). 단순미와 실용성이 조화를 이룬 페라리 355의 센터페시아.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서울오토갤러리에는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운 슈퍼카가 즐비해 자동차 마니아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사진은 서울오토갤러리에 매물로 나온, 한시절을 풍미했던 페라리 355 F1 스파이더의 모습. 샛노란 색상과 후드 속에 숨어 있다가 위로 튀어나오는 전조등 디자인이 이채롭다(위). 페라리 355 F1 스파이더의 날렵한 뒷모습(왼쪽). 단순미와 실용성이 조화를 이룬 페라리 355의 센터페시아.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영국 공영방송 BBC의 자동차 리뷰 프로그램 ‘톱기어’를 보면 경주용 헬멧으로 얼굴을 가린 ‘스티그’라는 이름의 테스트드라이버가 전 세계 자동차 메이커의 슈퍼카를 몰고 ‘타임어택(서킷을 얼마나 빨리 돌 수 있는지 시간을 재는 경주)’을 하는 코너가 있다.

이 프로그램 MC들이 페라리 엔초나 부가티 베이론 같은 슈퍼카를 직접 운전한 뒤 ‘이 차가 최고네, 아니 저 차가 최고네’ 하며 갑론을박을 벌이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내 생애 저런 슈퍼카 운전대를 잡을 날이 있을까’ 하며 입맛을 다시게 된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서울오토갤러리는 수입차에 관심이 많은 자동차 마니아라면 한 번쯤 들러봤음 직한 국내 최대 수입 중고차 매매센터다. 6만6000m²의 터에 전 세계에서 수입된 3000여 대의 중고차가 전시돼 있는 수입 중고차 백화점인 이곳은 중고 수입차를 매매하는 이들은 물론 주머니는 가볍지만 ‘드림카’를 아이쇼핑하는 즐거움을 놓칠 수 없는 이들에게도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놀이터다.》
○ TV에서 보던 슈퍼카 즐비해

11일 서울오토갤러리 지하 전시장에 들어서자 양옆으로 마치 의장대가 사열이라도 받듯 수입 중고차들이 도열해 있었다. 가장 먼저 기자의 눈길을 잡아끈 차량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오프로드 차량 ‘허머’ H2 모델. 미군의 군용 차량인 ‘험비’를 기본 모델로 민수용으로 크기 등을 줄여 생산한 모델이다. 국내에서도 유명한 미국 인기 드라마 ‘CSI 마이애미’의 주인공 호라시오 반장의 ‘애마’로 유명한 차량으로, TV 속에서 거침없이 마이애미 해변을 질주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남성 호르몬이 발산되는 근육질 차량이다. 덩치만큼이나 기름 소비도 엄청나서 공식 연료소비효율이 L당 4km대. ‘기름 먹는 하마’란 별명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허머 브랜드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GM의 경영 상태가 악화되면서 중국 기업에 매각됐다고 한다.

서울오토갤러리 전시장을 거닐다 보면 만나게 되는 흥미로운 광경은 자동차 딜러들이 마치 쇠코뚜레처럼 생긴 원 모양의 대형 열쇠고리에 자동차 열쇠를 수십 개씩 주렁주렁 꿰어서 들고 다니는 모습이다. 고객과 차를 둘러보려면 한 번에도 차량 문을 수십 번씩 여닫기를 반복해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안된 방식이라고 했다. 지하 주차장 사면에 붙여 놓은 대형 거울도 볼거리다. 전시장이 넓어 보이고 거울에 차량이 반사되면서 차량 구색이 실제보다 훨씬 많아 보이는 일종의 ‘착시 효과’를 노린 인테리어다.

○ 아이쇼핑부터 시승의 재미까지

미군 군용차량 험비를 모델로 디자인한 허머 H2.
미군 군용차량 험비를 모델로 디자인한 허머 H2.
신차의 인기가 그대로 이어지는 이곳 수입차 중고차 시장에서 가장 매매가 활발한 브랜드는 역시 BMW, 벤츠, 아우디, 렉서스 등 이른바 ‘4대 천왕’이다. 하지만 전시장에서 조금만 발품을 팔 각오를 하면 일반도로에서는 만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슈퍼카와 마주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만은 않다.

흰색, 검은색, 은색 일색인 수입차들 사이에서 눈에 들어온 샛노란 외관을 뽐내는 ‘페라리 355 스파이더’는 그야말로 군계일학이었다. 도어 손잡이도 공기 흡입구 쪽으로 숨겨져 있어 모르는 사람은 도어를 여는 것조차 익숙지 않을 정도로 개성이 넘쳤다.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골드 슈퍼카’로 불리는 모델입니다. 중고지만 거래 가격도 1억 원을 훌쩍 넘습니다.” 서울오토갤러리에 입점한 모터파크 정성운 실장의 설명이다. 시동을 걸자 ‘그릉∼ 그릉∼’ 하는 엔진 진동이 차량에서 족히 10m는 떨어진 기자의 발밑까지 전해졌다. “실용적이지도 않은데 왜 비싼 돈을 들여서 슈퍼카를 사냐고요? 저런 엔진의 힘과 배기음을 느끼고 나면 생각이 완전히 달라질걸요?”

이곳에서는 원한다면 시승도 할 수 있다. 딜러들이 애용하는 시승 코스는 양재동에서 경기 과천시로 통하는 국도를 탔다가 되돌아오는 2km 남짓한 길이의 코스. 평소 거래 실적이 있고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큰 손’ 고객을 위해서는 딜러가 직접 시승차를 몰고 가는 일종의 ‘시승 배달’ 서비스도 제공한다. “차량을 살 마음은 없으면서 평소 타고 싶었던 차를 시승만 하는 얌체족은 없느냐”고 기자가 물었더니 “그런 사람이 없지는 않지만 실제로 차를 살 사람도 아니면서 수억 원대의 차량을 몰아보겠다고 선뜻 나설 배짱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 같냐”는 딜러의 대답이 돌아왔다.

○ “비오는 날엔 차량 매입 안합니다”

신형 람보르기니 가야르도의 뒤태는 차량도 섹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신형 람보르기니 가야르도의 뒤태는 차량도 섹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평소 운전을 할 때는 앞에 웬만한 수입차 한 대만 끼어들어도 접촉사고 걱정에 브레이크로 발이 절로 향하는 기자지만 온통 수입차 일색인 이곳에서는 전시장을 30분쯤 둘러보자. 웬만한 차는 수입차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뚜렷한 존재감이 느껴지는 차량이 있었으니 바로 롤스로이스의 ‘팬텀’. 중고차 매매가가 6억∼7억 원대인 이 차의 배기량은 웬만한 국산 중형차 3대를 합친 것보다 많은 6749cc다. 도어 손잡이도 문짝의 뒤쪽이 아닌 앞쪽에 달린 것도 이색적이다. 마이바흐, 벤틀리 등과 함께 세계 최고의 럭셔리카로 꼽히는 모델이다. 팬텀에서 차량 몇 대 건너에는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마세라티 스파이더, 포르셰 카레라 등 슈퍼카들이 줄지어 있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다.

대당 수억 원을 호가하는 슈퍼카가 즐비한 이곳에서 보안은 항상 최우선 과제다. 서울오토갤러리 자동차매매사업조합 강신선 과장은 “전시장에 설치된 보안용 폐쇄회로(CC)TV만 200개가 넘는다”며 “입점 회원사 사무실에서 실시간으로 화면을 보며 수상한 사람의 접근이나 차량 손상을 차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국내 수입 중고차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유명 수입차 브랜드들도 중고차 매매에 적극적이다. BMW, 벤츠 등이 이미 서울오토갤러리에 중고차사업부를 운영하고 있고 내년에는 벤츠도 같은 방식으로 중고차 매매에 뛰어들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오토갤러리에 등록된 회원사는 80여 곳, 등록 딜러는 600여 명에 달한다. 총성 없는 세일즈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보니 딜러들만의 독특한 금기도 있을 것 같아 물었더니 재미있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우리는 비 오는 날에는 절대차량 매입을 안 합니다. 작은 흠집 하나에 수천만 원이 왔다 갔다 하는데 비 오는 날에는 차량 앞유리에 생긴 미세한 흠집 같은 걸 발견하기 어렵거든요.”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동영상=연예인이 타는 차는 어떤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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