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호두까기 인형’을 볼 예정인데, 예전 이 작품에서 1막 끝부분의 눈 내리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눈 장면은 어떻게 만드나요?(심화섭·30·서울 강남구 개포동)
겨울에 열리는 공연에는 눈 내리는 장면이 많죠. 24일부터 1월 9일까지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공연되는 논버벌 댄스컬 ‘스노우맨’도 마지막에 객석 위로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합니다.
이 장면은 영국에서 들여온 ‘스노 보이’와 ‘리틀 블리자드 플루이드’로 만듭니다. 무색무취의 용액인 ‘리틀…’을 객석 위에 설치한 기계 ‘스노 보이’에 넣고 가열하면 용액이 순간적으로 기화되면서 눈송이가 만들어집니다. 이 눈송이를 객석 위로 골고루 날리는 거죠. 바닥이나 옷에 닿아도 얼룩이 남지 않고 곧바로 증발한답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도 눈이 등장합니다. 크리스마스 저녁, 빌리의 춤을 보고 그 재능을 깨달은 아버지가 길거리로 나섰을 때 거리에 눈이 내립니다. 이 눈은 쌀알 서너 배 크기의 동글동글한 플라스틱입니다. 이 플라스틱 눈을 담은 원형 통을 천장에 매달아 모터를 돌려 눈을 날리는 거죠.
이 눈은 배우들이 직접 치웁니다. 바로 다음 장면이 광부들이 일하러 가는 장면이기 때문에 광부 역을 맡은 배우들이 밀대로 직접 치웁니다. 그 다음은 진공청소기 몫입니다. 막 뒤에서 청소기로 남아 있는 눈을 모두 빨아들이죠. 강필수 무대감독은 “청소기 한 대만 사용하는데 천으로 꼼꼼히 감싸 소음을 방지한다”고 말했습니다.
겨울의 영원한 고전 발레 ‘호두까기 인형’에도 눈송이 왈츠 장면에 눈이 등장하죠. 우리나라에선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 모두 타지 않도록 방염 처리한, 습자지처럼 얇은 종이를 1∼2cm² 크기의 정사각형으로 잘라 사용합니다. 한 시즌 공연에 사용되는 종이 가격은 재활용을 해도 120만∼140만 원이라고 합니다.
이 종이눈은 사람의 힘으로 내립니다. 박창모 국립발레단 무대감독은 “기계로 눈을 뿌리면 자연스럽지 않다. 절반은 천, 절반은 망사로 된 긴 통을 무대 앞뒤에 각각 설치하고 끈을 연결해 스태프가 직접 흔들면 망사 사이로 골고루 눈이 떨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공연을 위해 무대 천장에 특별히 환기구를 설치합니다. 그 환기구 앞에서 선풍기를 이용해 스태프가 직접 손으로 종이눈을 뿌리죠. 국립발레단은 무대 앞뒤를 중심으로 눈이 떨어지고, 유니버설발레단은 무대 전체에 눈이 떨어지는 것도 차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뿌린 눈은 인터미션 때 밀대와 빗자루를 동원해 재빨리 치웁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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