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드라마 ‘콘서라마’ 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5일 03시 00분


배우들이 연주-노래 ‘청춘밴드’ ‘누가 무하마드 알리…’ 등 창작공연 확산

5인조 록밴드의 애환을 극화하면서 배우들이 직접 노래와 연주를 들려주는 콘서라마 형식의 창작극 ‘청춘밴드’. 사진 제공 극단 조은컴퍼니
5인조 록밴드의 애환을 극화하면서 배우들이 직접 노래와 연주를 들려주는 콘서라마 형식의 창작극 ‘청춘밴드’. 사진 제공 극단 조은컴퍼니
콘서트와 드라마를 접목한 ‘콘서라마’ 형태의 창작 공연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 ‘키작은 소나무’에서 공연 중인 연극 ‘청춘밴드’(홍영은 작·연출)는 배우들이 직접 악기를 연주하는 아마추어 록 밴드 이야기를 극화했다. 서울 용산의 LP가게를 무대로 초등학교 때부터 함께 밴드활동을 해온 서른 살 친구 3명과 정신과 의사인 베이시스트, 여고생 드러머로 구성된 아마추어 밴드 ‘블루 스프링’의 꿈과 애환을 잔잔하게 풀어낸다.

누군가는 프로 뮤지션의 길을 가야 하고 누군가는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 현실 앞에서 밴드 구성원들이 겪어야 하는 성장통을 수채화처럼 담담하게 그려낸 이야기구조가 제법 탄탄하다. 하지만 이 작품의 최대 매력은 1시간 50분간의 공연 도중 일곱 차례의 공연 장면을 배우들이 직접 라이브 연주와 노래로 소화해낸다는 점. 조금은 어설픈 구석도 있지만 가끔 현란한 기교까지 부리는 생생한 연주가 극 중 밴드의 풋풋함을 잘 살려낸다.

26일부터 서울 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될 ‘누가 무하마드 알리의 관자놀이에 미사일 펀치를 꽂았는가?’(안재승 작·윤한솔 연출)는 또 다른 형식의 콘서라마를 표방한다. 한국사회에서 상처받고 쫓겨난 불법체류 노동자 알리와, 인종차별과 맞서 싸웠던 미국의 권투영웅 무하마드 알리의 대조적 삶을 병치해 한국사회의 이중성을 풍자한다.

사각의 링을 형상화한 무대에서 웃통을 벗은 남자배우 17명이 권투대결을 하듯 연기를 펼치는 가운데 모든 음악과 음향을 4인조 인디밴드 ‘얄개들’의 연주로만 채웠다. 그러나 이들의 음악은 극의 내용과는 무관하다. 폭력이 난무하는 현실은 관계없다는 듯 청춘과 사랑을 노래하는 것. 연출가 윤한솔 씨는 “현실의 문제에 무감각한 요즘 젊은이들의 문화와, 직설적으로 현실을 고발하는 연극의 충돌을 나타내기 위해 별개의 연극과 콘서트를 진행시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말하자면 콘서트와 드라마의 결합이 아니라 ‘충돌’을 보여주는 콘서라마인 셈이다.

이 밖에도 음악 연주의 생생한 분위기와 에너지를 무대화하려는 시도가 다양한 형식으로 펼쳐지고 있다. 두산아트센터가 지난해부터 연작 프로젝트로 제작한 ‘천변살롱’과 ‘천변카바레’는 콘서트와 드라마를 접목한 형식으로 각각 1930년대와 1960년대 우리 가요사를 풀어내 호평을 받았다. 최근 CJ아지트에서 쇼케이스 공연을 펼친 ‘모디 딕’은 8명의 배우가 춤과 노래뿐 아니라 관현악 악기 연주까지 직접 하는 ‘액터 뮤지션 뮤지컬’을 선보였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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