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는 지금 사상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문화대혁명 때는 공자가 타도 목표였지만 지금은 예의 믿음 신뢰 등 유학의 핵심가치가 중요시되고 있죠.”
장리원(張立文·75) 중국 런민대 공자연구원장은 중국 내 유학 사상의 현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25, 26일 ‘유학부흥과 현대사회’를 주제로 성균관대에서 열리는 국제학술회의에서 ‘오늘날 유학사상의 생명과 창신’을 주제로 기조발표를 한다.
이번 학술대회는 청중잉(成中英) 미국 하와이대 교수, 천라이(陳來) 중국 칭화대 교수 등 각국 유학자와 동양학자 40여 명이 참가해 유학의 핵심가치와 현대사회에서의 역할을 논하는 자리다. 성균관대는 서정돈 총장이 지난해 국제유학연합회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이번 대회에 유학계의 석학들을 초청했다.
24일 오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만난 장 원장은 먼저 유학의 장점부터 설파했다. “개인의 이익, 국가의 이익만 말하는 현대사회에서 화(和)를 강조하는 유학은 새로운 사상적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천도(天道)와 인도(人道)를 통합한 유학은 인류가 맞닥뜨린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사상적 기반이기도 합니다.”
중국 내 유학 열기도 소개했다. “최근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는 사서삼경을 읽고 대학의 유학 강의에는 학생들이 몰립니다. 이제 중국 사람들은 마르크시즘이 여전히 유효하지만 일천 년 넘게 이어온 유학이 더 큰 힘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1980년 초 마르크시즘과 유학을 아우르는 ‘화합학’을 제시하며 중국 사상계에 파장을 던졌다. ‘유물론과 관념론의 대립’이라는 기존의 분석틀을 대체한 그는 화합학을 통해 사회통합의 방법론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 중국 사회는 일해서 방값을 대기에도 힘든 이른바 ‘방 노예’가 넘쳐날 정도로 빈부격차가 심하고 이에 따른 사회모순이 커지고 있다”며 “타인과 타인과의 관계에는 필연적으로 차별이 존재하지만 대화를 통한 소통과 화합을 중요시하는 유교가 이런 모순 해결의 사상적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가 유학 연구에 몰두하게 된 데는 한국의 영향이 컸다. “1983년 한국에서 열린 퇴계학 학술대회에 참석했는데 유학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계승하는 데 충격을 받았어요. 이후 1984년 런민대에 공자연구원을 세웠죠.” 공자연구연구원 등 그와 민간학자들이 주도한 유학연구는 이후 중국의 사상적 흐름을 바꿨고 중국 정부도 유학의 가치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의 기조발제문의 상당 부분은 유학의 창신(創新)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동서양 철학의 융합을 통해 사회통합의 대안을 모색했던 그의 사상적 행로와 일맥상통한다.
“철학적 이론사유의 생명력과 가치는 창신해 나날이 새로워지는 데 있습니다. 유학도 이론, 체계, 관점을 새롭게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중국도 이걸 고민하고 있는데 단, 해답을 찾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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