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잔에 어울리는 따뜻한 이야기]<8>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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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일 03시 00분


타샤 튜더 지음·공경희 옮김
동화같은 삶 속에 소소한 기쁨이

《“이곳엔 봄이 늦게 찾아온다. 몇 주간 계속해서 기온이 5도를 밑도는 것이다. 그러다가도 기어이 도요새가 사랑의 노래를 부르고, 청개구리들이 울기 시작한다. 거위는 알을 까고, 나는 비둘기집을 열어두고 비둘기들이 드나들게 한다. 더운 봄날, 사방이 고요할 때면 목덜미가 흰 참새들이 늪지의 죽은 나무 꼭대기에 앉아 애처로운 노래를 한다. 종달새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지만, 참새의 노랫소리는 가장 아름다운 소리로 꼽힐 만하다.”》
미국의 동화작가이자 삽화가인 타샤 튜더(1915∼2008)는 70여 년의 작품활동 기간에 100권이 넘는 그림책을 내놓았다. 백악관의 크리스마스카드나 엽서에도 사용될 정도로 미국인에게 폭넓은 사랑을 받는 작가였다.

서정적이고 따뜻한 그림 못지않게 그의 생활 방식도 사람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그는 미국 버몬트 주의 99만1700m2(약 30만 평) 대지에 가옥을 짓고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자급자족하며 살았다. 낮이면 정원과 가축을 돌보고, 밤에는 촛불에 의지해 직접 천을 짜고 바구니를 만들었다. 이 에세이집에는 자연에 귀를 기울이고 소박한 것에 감사하며 살아간 그의 일상이 사계절을 배경으로 잔잔히 펼쳐진다.

“20, 30년간 기른 화초에서 새싹이 움트는 것을 보는 것이야말로 설레는 일이다. 옛 친구를 다시 만나는 기분이랄까. 디기탈리스가 죽지 않은 게 반갑지만, 한편으로는 들쥐에게 입은 피해가 안타깝다.”

“촛불을 켜면 늙은 얼굴이 예뻐 보인다. 난 항상 초와 등잔을 쓴다. 하지만 바람에 커튼이 날려 촛불에 닿지는 않는지 주의해야 한다.”

그는 옛 생활 방식을 고수하는 이유에 대해 그저 친숙하고 좋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생에 1980년대에 살았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 시기, 그 시절의 모든 것이 내게는 정말로 쉽게 다가온다. 천을 짜고, 아마를 키우고 실을 잣고, 소젖을 짜는 일 모두.”

저자는 많은 사람이 자신의 그림을 좋아해줄 수 있었던 까닭을 자신의 농촌생활에서 찾는다.

“사람들이 내 그림을 좋아하는 것은 상상이 아닌 현실에서 나오기 때문일 터다. 젖소의 어느 쪽에서 젖이 나오는지, 말을 탈 때 어느 쪽으로 올라타야 하는지, 어떻게 건초더미를 만드는지 난 훤히 알고 있다. 그러니 적당히 짐작으로 그리지 않는다. 내 그림 속에 나오는 사람들은 손자들, 친구들이고, 주변 환경은 실제 내 환경이다.”

그는 결혼을 했고 아이도 낳았지만 주로 혼자 살았다. 적적할 수 있는 생활조차 낙천적으로 받아들였다. “난 고독을 만끽한다. 이기적일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뭐 어때서”라든가 “자녀가 넓은 세상을 찾아 집을 떠나고 싶어 할 때 낙담하는 어머니들을 보면 딱하다. 상실감이 느껴지기는 하겠지만, 어떤 신나는 일들을 할 수 있는지 둘러보기를. 인생은 보람을 느낄 일을 다 할 수 없을 만큼 짧다.”

소소한 것을 관찰하고 그것에 의미를 부여해 일상에서 행복을 찾아냈다. 카모마일 차를 마시고 저녁에 현관 앞에 앉아 개똥지빠귀의 고운 노래를 듣는 일에서도 인생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삶을 만족스러워 한다. 미국의 수필가이자 철학자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말을 빌려 애정 어린 조언으로 글을 맺는다. “자신 있게 꿈을 향해 나아가고 상상해온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이라면, 일상 속에서 예상치 못한 성공을 만날 것이다”라고.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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