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040>今王이 鼓樂於此어시든 百姓이 聞王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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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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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제나라 왕과의 대화에서, 왕이 혼자서만 음악을 좋아하여 성대한 연주회를 벌이고 혼자서만 사냥을 좋아하여 화려한 행렬을 지을 때 백성들은 어째서 머리를 아파하고 이마를 찌푸리며 자신들의 困窮(곤궁)이 極限(극한)에 이르렀다고 원망하게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백성들과 더불어 즐거움을 함께하는 與民同樂(여민동락)이야말로 정치의 근본이념이라는 사실을 환기했다. 이어서 맹자는 앞서 들었던 예와 반대되는 사례를 거론해 與民同樂의 정황 및 효과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곧, 백성들과 더불어 즐거움을 함께할 수 있다면, 백성들은 왕이 연주하는 음악소리를 듣고 흔연해하여 기뻐하는 기색을 띠게 되리라고 한 것이다.

鼓樂於此에서 ‘여기서’란 장소로서의 여기를 가리키기보다, 어떤 상황을 가정해서 하는 말이다. 欣欣然은 기뻐하는 모습이다. 擧欣欣然有喜色은 왕이 혼자만 음악 연주를 즐기면 백성들이 모두 머리를 아파하고 이마를 찌푸린다고 했던 擧疾首蹙알(거질수축알)의 반대 상황을 말한 것이다. 庶幾無疾病與는 아마도 질병이 없는 듯하다고 추정하는 말이다. 何以能鼓樂也는 ‘만일 질병이 있다면’이란 어구를 생략하고, ‘어떻게 음악을 연주할 수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하여, 질병이 있다면 이렇게 음악을 연주할 수가 없으니 질병이 없는 것이 분명하다고 단정하는 뜻을 나타낸다.

위정자의 여러 嗜好(기호)를 백성들이 그대로 즐거워하는 일이란 현실에서는 좀처럼 있을 수가 없다. 그렇지만 맹자는 與民同樂의 궁극에서는 그러한 것도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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