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은 전문가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자신의 습관이나 꿈, 행동을 관찰하면 특정한 정신 상태의 원인을 찾을 수 있죠. 정신분석의 근본적인 목표는 자기관찰과 분석을 통해 인생을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3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10층 일민라운지에서 만난 김서영 광운대 교양학부 교수(38)는 사람들이 정신분석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섰으면 하는 마음에서 ‘프로이트의 환자들’(프로네시스)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지크문트 프로이트(1856∼1939)라고 하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나 거세공포 같은 성(性)과 관련된 이미지만 떠올리지만 그는 성 이론에만 매달린 사람이 아닙니다. ‘성에 관한 이야기도 다른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왜곡 없이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행동으로 보여줬을 뿐입니다.”
김 교수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세계를 대중이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그가 평생 수많은 환자를 상담하고 남긴 ‘프로이트 전집’(영문판·전 24권)에서 150가지 사례를 선별해 엮었다. 프로이트의 모든 이론은 환자들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프로이트의 자아, 이드, 초자아라는 개념 역시 그가 행한 정신분석의 부산물이라는 것이 김 교수의 생각이다.
“프로이트가 살아 있을 당시 그에게 상담을 받은 사람들이나 그의 책을 읽은 사람들은 그의 꿈 분석 방법을 그대로 따라 하며 자기 자신이나 주변 사람들의 꿈을 해석해 줬어요. 수많은 사람이 프로이트에게 자신의 꿈에 관한 분석을 편지로 보낼 만큼, 대중들은 정신분석을 어렵게 느끼지 않았습니다.”
프로이트는 사람을 지배하는 무의식이 꿈이나 실수, 강박증 등으로 나타난다고 보며 다만 이 과정에서 무의식이 왜곡되어 투영될 수 있으므로 이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치유를 할 수 있다고 여겼다.
“아내를 싫어하던 어떤 남편은 아내가 선물한 책을 얼마 뒤 어디에 뒀는지 모를 정도로 까맣게 잊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어머니를 아내가 극진히 간호하는 모습을 보고 아내를 미워하던 자신을 반성하던 날, 우연히 어떤 서랍 속에 있던 그 책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내를 미워하던 때는 책을 둔 장소를 자신도 모르게 잊어버렸지만, 그게 해소된 다음에 무의식이 남편에게 책이 있는 장소로 인도한 것이죠. 무의식은 이렇게 작동합니다.”
자신이 미워하는 사람과의 약속에는 아무리 애를 써도 늦는 경우가 많고, 바람을 피웠다는 죄책감 때문에 손을 자주 씻게 되는 강박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는 “자신의 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으면 언제고 그 문제는 다시 자기 앞에 장벽으로 다가온다”며 자신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습관을 들이면 자신의 인생을 춤추게 하는 데 필요한 자신만의 ‘장단’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이렇게 자기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을 ‘성숙한 사람’이라 부르고, 완전한 의미의 ‘주체’로 여긴다.
책에서 그는 쉽게 공감할 수 있고 일상생활에 적용해 볼 수 있는 보편적 분석 사례와 프로이트의 이론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사례를 나눠 실었다. 혀로 치열을 점검하는 자신의 오랜 습관도 책에서 분석한 김 교수는 “프로이트의 상담 사례를 접하다 보면 자신과 연관된 문제도 자연스럽게 떠오르고, 그 생각을 따라가면 자신 속의 진실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