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베이징 한국문화원서 한중 대결
허-승률 78% 상승세, 구-결승 불패
상대전적 1승1패 박빙…우승상금 2억
우승 상금 2억원을 향한 세계 바둑스타들의 반상 레이스, 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가 마지막 승부만을 남겨두고 있다.
허영호 7단과 중국 구리 9단의 결승 3번기(3판 2선승제)가 7일부터 중국 베이징 한국문화원에서 열린다.
한중 결승대결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기는 하지만 이세돌도 이창호도 아닌, 허영호의 결승 진출은 뜻밖이다. 젊은 세대 기사 중 강자로 꼽히기는 했지만 스타로서의 무게감은 부족했던 허영호. 지금까지 거둔 최고의 성적은 세계대회 8강 진출과 국내 기전에서의 두 차례 우승이 전부였다. 그 우승도 모든 기사가 참가하는 본격기전이 아니라, 신예기사 등 일부 기사들을 위한 제한기전이었다.
하지만 올해 성적표를 들여다보면 그의 삼성화재배 결승진출이 그저 일회성 돌풍만은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올해 허영호는 57승 16패로 78%의 승률을 기록 중이다. 다승부문 3위, 승률은 2위에 해당한다. 이 같은 성적을 밑바탕으로 국내 프로기사 랭킹 5위에 랭크돼 있다. 그야말로 생애 최고의 컨디션을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11월3일 대전시 덕명동 삼성화재 유성연수원에서 열린 준결승전에서 박정환 8단을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허영호는 “결승에서 첫 판을 이긴다면 (우승) 가능성이 있다. 한국을 대표해서 살아남은 만큼 좋은 결과를 얻도록 하겠다”라며 우승에 대한 강한 승부욕을 감추지 않았다.
허영호의 상대인 구리 9단은 2년 전만 해도 세계무대를 평정하다시피 했던 강자이다. 뭐니 뭐니 해도 그의 강점은 ‘결승 불패’의 폭발력. 지금까지 6차례 세계대회 결승에 올라 6차례 모두 우승했다. 그의 결승 상대에는 ‘돌부처’ 이창호도, ‘쎈돌’ 이세돌도 들어 있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지난해 5월 제1회 비씨카드배 우승 이후 20개월 동안 세계대회 우승이 없었다. 세계대회는 커녕 자국기전에서도 명인전 외에 우승 실적이 없다. 한 마디로 부진한 한 해였다.
결승 진출 후 “마음 편하게 먹고 잘 해 보겠다”라며 여유를 부렸지만 속내는 모처럼의 결승무대를 통해 멍든 자존심을 회복해 보겠다는 욕심이 없을 리 없다.
허영호와 구리는 지금까지 두 차례 만나 1승씩을 주고받았다. 지난해 비씨카드배 16강에서는 구리가 이겼고, 이번 삼성화재배 32강전에서는 허영호가 이겼다. 삼성화재배가 패자부활전 방식의 더블일리미네이션 시스템이 아닌 토너먼트 기전이었다면 구리는 일찌감치 탈락했어야 할 운명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름값만으로는 구리에게 저울추가 기울지만 허영호가 이번 대회에서 워낙 강한 상승세를 타고 있는 만큼 만만치 않은 맞대결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한편 2일 서울 을지로1가 삼성화재 본사에서는 바둑꿈나무 장학금 전달식에서 10대 바둑 유망주 5명에게 각각 183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