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12월의 싱가포르는 지금 ‘열대의 크리스마스’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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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0일 03시 00분


핑크빛 조명으로 아름답게 빛나는 싱가포르 오처드로드의 ‘스타라이트 셀리브레이션’ 크리스마스 장식. 그 아래로 관광객을 태운 지붕 없는 2층 히포버스가 달리고 있다. 이 크리스마스 장식의 전등은 평일엔 밤 12시, 주말엔 오전 2시, 24일과 31일에는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불을 밝힌다. 싱가포르=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핑크빛 조명으로 아름답게 빛나는 싱가포르 오처드로드의 ‘스타라이트 셀리브레이션’ 크리스마스 장식. 그 아래로 관광객을 태운 지붕 없는 2층 히포버스가 달리고 있다. 이 크리스마스 장식의 전등은 평일엔 밤 12시, 주말엔 오전 2시, 24일과 31일에는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불을 밝힌다. 싱가포르=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성탄 전야까지 남은 기간은 꼭 2주. 매년 느끼지만 예전과 같은 ‘크리스마스의 흥청거림’은 점점 사라지는 듯하다. 7, 8년 전만 해도 달랐다. 이맘때면 어느 가수가 크리스마스 캐럴 앨범을 냈다는 소식이 뉴스였다. 거리와 라디오에선 빙 크로스비의 감미로운 캐럴도 흘러나왔다.

‘나 홀로 집에(Home Alone)’같이 가족사랑을 그린 따뜻한 크리스마스 소재 할리우드 영화도 개봉됐다. 덕분에 소원했던 서로가 카드를 통해 소통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영 아니다. ‘크리스마스 매직(Christmas magic·서로 화해하고 용서하는 마법과 같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일컫는 말)’을 다룬 영화 대신 블록버스터 액션무비가 개봉 극장가를 뒤덮는다.

크리스마스카드도 e메일이나 휴대전화 문자로 대체됐다. 굳이 테마파크를 찾지 않는 한 동화 같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끼기도 어렵다. 점점 삭막해져 가는 세상사를 이즈음에야 실감하니 크리스마스가 오히려 우울하게 만든다.

빙그레 입가에 미소가 생겨나는 옛날의 흥분된 크리스마스가 못내 그리운 분들. 그런 분께 권해드릴 곳이 있다. 싱가포르다. 비록 열대의 크리스마스이기는 하나 분위기만큼은 크리스마스 시즌의 원조인 추운 겨울 북반구의 어느 나라 못지않다. 오히려 열대의 크리스마스라는 점이 더 관심사다.

반바지 차림에 슬리퍼 끌고 아이스크림 핥으며 크리스마스 전등 장식으로 화려하게 변신한 오처드로드 쇼핑가를 배회하며 크리스마스 선물을 고르기 위해 상점을 기웃거리는 12월의 싱가포르. 21세기 지구촌 크리스마스는 이렇듯 20세기와는 완벽히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싱가포르에서 한창인 ‘크리스마스 인 트로픽스(열대의 크리스마스)’, 그 현장으로 안내한다.》
지난달 20일 오후 7시 싱가포르 도심 오처드로드의 이온오처드(쇼핑몰) 앞마당. S R 나산 싱가포르 대통령 내외와 여러 초청 인사들이 카운트다운에 맞춰 스위치를 눌렀다. 그 순간 3.5km 오처드로드가 도로 위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세운 아치 모양의 크리스마스 전등 장식에 불이 들어오면서 크리스마스 매직이 펼쳐질 듯한 환상적인 동화 세상으로 바뀌었다.

점등식 현장인 이온오처드 앞마당은 더 화려했다. 세계적인 보석상점 티파니가 세운 3층 높이의 초대형 크리스마스트리가 이온오처드 정면 벽을 뒤덮은 유리벽, 곡선의 초대형 모니터로도 방영되는 영상 아래서 화려하게 번득였다. 또 거리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거북 걸음 중인 수많은 차량의 헤드라이트와 빨간 브레이크등으로 불야성을 이뤘다. 길 양편으로 줄지어 늘어선 고층빌딩 쇼핑몰의 외벽도 저마다 특이한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치장됐다. 이렇듯 크리스마스 시즌의 오처드로드는 매일 밤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 조명이 온 거리를 쓰나미처럼 휩쓴다.

오처드로드가 크리스마스 전등으로 장식된 게 올해 처음은 아니다. 27년이나 계속된 연례행사다. 물론 해외방문객 유치, 쇼핑투어객 유치 전략이다. 그런데 올해 전등 장식은 다른 해와 달리 좀 더 다양했다. 오처드로드 구간별로 파랑 핑크 보라 삼색 조명으로 분할 장식됐다. 각 색깔은 ‘기쁨 평화 사랑’이라는 크리스마스 메시지를 담는데 프랑스 파리에서 직수입한 발광다이오드(LED) 전구로 연출했다.

그중에서 이온오처드 주변의 중심가를 장식한 파랑이 좀 더 특별했다. 올 시즌 처음으로 조명 장식에 스폰서로 참가한 티파니의 상징 색 ‘블루’여서다. 이온오처드 앞마당의 크리스마스트리 내부를 들여다보자. 여성이라면 누구나 선물 받고 싶어 하는 티파니의 ‘블루박스’처럼 꾸며졌다. 이런 거리를 걷노라니 나도 쇼핑홀릭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지금이 어느 때인가. 선물 사는 데 주저함이 없는 크리스마스 시즌 아닌가. 이게 바로 오처드로드에서 체험하는 크리스마스 매직이다. 오처드로드는 세계적인 쇼핑가로 11개 대형쇼핑몰이 거리 양편에 즐비하다.

크리스마스 시즌의 싱가포르 전등 장식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오처드로드와 정반대편 바닷가의 마리나베이와 주변 거리도 화려한 전등으로 장식됐다. 베이워치협회(상인조합)가 설치한 ‘마리나베이 크리스마스 스플렌더’라는 장식이다. 마리나베이에서 시작해 래플스시티와 선텍시티, 밀레니아워크, 싱가포르 플라이어(회전관람차), 시티링크몰을 지나 마리나베이 샌즈로 이어지는 또 다른 쇼핑가의 도로를 아치 형태의 전등 장식으로 밝히고 있다.

마리나베이의 전등 장식은 올해가 처음. 이곳이 올 4월 27일 개장한 미국 카지노 자본의 초호화 거대 카지노호텔 ‘마리나베이 샌즈’ 유치를 위해 매립한 용지에 조성한 쇼핑 및 엔터테인먼트 지역이어서다. 전등 장식은 각 지역의 상가조합이 상권 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전략. 그런데 그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외국 관광객이 이 특별한 밤거리를 보기 위해 크리스마스 시즌에 싱가포르로 몰리기 때문이다. 그걸 노린 게 ‘크리스마스 인 트로픽스’다. 자신의 핸디캡(상하의 열대기후)을 거꾸로 매력 포인트로 만드는 싱가포르관광청의 스마트한 전략에 박수를 보낸다.

이 두 지역의 거리 전등 장식은 싱가포르 도심을 환상(環狀)으로 잇는다. 그리고 그 노선으로 지붕 없는 2층 관광버스(히포버스)가 온종일 운행된다. 이 버스 2층에 앉아 크리스마스 전등 장식으로 장식된 예쁜 거리를 한밤에 드라이브하는 것. 2010년 크리스마스 시즌 싱가포르에서 즐기는 호사 중 하나다.

싱가포르=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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