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신라 승려 혜초(704∼780)의 여행기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이 한국에 온다.
왕오천축국전은 동아일보가 창간 90주년 기념 특별전으로 국립중앙박물관 MBC와 공동 개최하는 세계문명전 ‘실크로드와 둔황-혜초와 함께하는 서역기행’(18일부터 내년 4월 3일까지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 출품된다. 왕오천축국전이 공개 전시되는 것은 세계 처음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민병찬 전시과장은 “1908년 중국 둔황(敦煌) 막고굴(莫高窟) 장경동(藏經洞)에서 발견돼 프랑스로 넘어간 이래 지금까지 한 차례도 공개 전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왕오천축국전은 혜초가 723∼727년 다섯 천축국(인도의 옛 이름)과 페르시아 중앙아시아 등 서역지방을 기행하고 작성한 여행기다. 혜초는 신라의 수도 경주를 출발해 뱃길로 중국 광저우(廣州)를 거쳐 인도에 도착한 뒤 육로로 페르시아 중앙아시아를 지나 당의 수도 장안(지금의 시안)까지 2만 km를 여행한 기록을 이 책에 담았다. 한국인이 쓴 최초의 해외 여행기로, 8세기 인도와 중앙아시아의 정치 경제 문화 풍습 등을 생생히 담고 있다. 7세기 현장 법사의 ‘대당서역기’, 13세기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14세기 이븐바투타의 ‘여행기’와 함께 세계 4대 여행기로 꼽힌다.
왕오천축국전은 1908년 3월 프랑스의 탐험가 폴 펠리오가 둔황 막고굴 장경동에서 발견해 세상에 알려졌다. 펠리오는 이를 관리인으로부터 싼값에 구입해 프랑스국립도서관으로 보냈다. 실크로드 전문가로 왕오천축국전을 연구해온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장은 “왕오천축국전이 프랑스국립도서관을 나와 1283년 만에 저자의 조국 땅을 밟는다는 것은 매우 감격적인 일”이라며 “한국 최초의 세계인 혜초의 선구자적 삶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실크로드와 둔황’전에선 왕오천축국전을 비롯해 중국 신장(新疆) 간쑤(甘肅) 닝샤(寧夏) 등 3개 성의 박물관 10여 곳이 소장하고 있는 실크로드 관련 유물 220여 점을 함께 전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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