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는 분노와 폭력이 가득하다. 26세 작가 김사과 씨는 첫 소설집 ‘02’에서 이 세계에 대한 저항을 가학적인 글쓰기로 표현한다. 표제작 ‘영이’에서 뜨거운 국수 가락을 집어던지고 서로를 물어뜯으면서 싸우는 엄마 아빠 사이에 낀 영이는 여러 ‘영이들’로 분열하는 환상을 겪는다. 이 작품은 ‘개 같은 아빠’가 개가 되어 버리는 당혹스러운 결말로 마쳐진다.
폭력을 휘두르는 교사(‘준희’), 본드를 불다 죽어버리는 깡패(‘나와 b’)…. ‘02’에 실린 작품들은 이 세상의 잔혹한 부분을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작가는 ‘나와 b’의 화자로 하여금 “우리는 늙어갔다. 절망적으로 늙어갔다. 이제 우리는 할머니 할아버지 거지와 미친 사람이 될 차례였다”라고 말하게 함으로써 희망 없는 청춘의 나날들을 독자 앞에 들이민다. 20대 작가의 이 단편들은 하나하나가 비명을 지르는 것 같다. 평론가 김영찬 씨는 이 분노의 근원에 “정상성의 외관으로 감추어진 한국사회 시스템의 억압성과 폭력성이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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