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변 흑 ○의 운신이 거북하다. 이걸 움직이면 중앙 흑이 다칠 우려가 있다. 흑은 일단 69, 71로 백 석 점을 잡고 중앙 대마부터 안정시킨다. 그 사이에 백은 74로 뻗어 상변 두 점을 가뒀다.
이 흑 두 점이 확실히 죽었다면 백이 크게 우세하다. 그러나 어딘지 찜찜하다. 흑 두 점이 의외로 탄력이 있다. 예를 들어 참고도를 보자. 평범하게 백 1, 3으로 늘어둬도 여전히 흑 ‘가’ 백 ‘나’ 흑 ‘다’의 수단이 남아있다. 쉽게 잡을 수 없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한 수 더 들여서 확실히 잡는 건 낭비다.
김지석 7단은 백 76으로 젖혀 반면을 급하게 몰아간다. 두 점을 움직일 여유를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물론 흑만 급해지는 건 아니다. 흑이 77로 반발하면서 백도 급해진다. 바둑은 작용과 반작용 법칙이 확실하게 적용되는 게임이다.
흑 89로 다가서자 백도 석 점을 타개하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김 7단은 준비가 돼있었다.
백 90. 보면 볼수록 고개가 끄덕여지는 수다. 흑 93을 유도해 자연스럽게 백 98까지 타개하는 솜씨는 김 7단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안형준 2단으로선 더는 물러서기 힘들다. 상변 화약고에 불을 붙인다. 흑 99로 상변 흑이 사느냐 못 사느냐에 승부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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