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손발로 바닥 이동’ 놀이하듯 동작 지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6일 03시 00분


佛안무가 리갈, 국립현대무용단 어떻게 가르칠까깵 워크숍 현장 가보니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 리허설룸에서 홍승엽 국립현대무용단장(오른쪽)이 이날 열린 프랑스 안무가 피에르 리갈 씨의 워크숍을 지켜보고 있다. 수학과 경제학(리갈씨), 섬유공학(홍 단장) 등 다른 분야를 전공하다 뒤늦게 무용을 시작한 점 등 공통점이 많은 두 사람은 자유롭게 의견을 나눴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 리허설룸에서 홍승엽 국립현대무용단장(오른쪽)이 이날 열린 프랑스 안무가 피에르 리갈 씨의 워크숍을 지켜보고 있다. 수학과 경제학(리갈씨), 섬유공학(홍 단장) 등 다른 분야를 전공하다 뒤늦게 무용을 시작한 점 등 공통점이 많은 두 사람은 자유롭게 의견을 나눴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번에는 한 사람이 마리오네트 인형이 되고, 다른 무용수들은 그가 이쪽에서 저쪽 끝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도와줄 거예요. 인형은 바닥에 그려놓은 선 위로만 손발을 짚어야 해요.”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 리허설룸에는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무용수들은 지시에 따라 손발을 이용해 연습실을 가로지르거나, 한데 엉켜 바닥에 그려진 빨간색 선 위에서만 움직이려 안간힘을 쓰기도 했다. 지시가 바뀔 때마다 무용수들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다. 동료 무용수의 우스꽝스러운 동작이 나올 때는 웃음이 터졌다.

올해 7월 창단된 국립현대무용단이 초청한 프랑스 안무가 피에르 리갈 씨(37)의 워크숍 첫날 모습이다. 내년 1월 29, 30일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하는 창단작품 ‘블랙박스’에 출연할 무용수 23명이 닷새 동안 진행되는 워크숍에 참가한다.

수업은 연습실 안을 천천히 걷는 단순한 동작에서 시작해 제약조건을 하나씩 추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수업 중 간간이 리갈 씨는 “조금 더 멀리, 조금 더 위험한 방식으로 움직여 봐요” “이건 리듬의 문제예요. 너무 생각을 많이 하지 마세요” 등 조언을 덧붙였다.

리갈 씨는 2010년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 그의 안무작 ‘마이크로’가 폐막작으로 선정되는 등 유럽에서 주목받는 안무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이런 ‘따끈따끈한’ 안무가의 워크숍이 국내에서 열리는 일은 드문 데다 무용단이 작품 연습을 진행하면서 다른 안무가의 워크숍을 여는 것도 이례적이다.

홍승엽 국립현대무용단장도 연습실을 찾아 워크숍을 끝까지 지켜봤다. 그는 “리갈 씨의 공연 스틸컷을 보는 순간 무용수들에게 도움이 될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무용수들은 이런 개념적인 워크숍에 익숙하지 않은데 적극적으로, 즐겁게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리갈 씨는 “단순한 동작을 하더라도 정확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 무용수들이 이 요구에 빠르게 적응했다”고 말했다. “한국 현대무용에 대해 들어본 적이 거의 없지만 무용수들이 신체적 능력이나 적극성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 이런 대규모 인원과 함께 작품을 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그는 워크숍 뒤 이어진 창단공연 연습도 1시간 이상 지켜봤다.

워크숍에 참여한 무용수 박상미 씨(27)는 “새로운 움직임을 배울 거라고만 생각하고 왔는데, 간단한 동작부터 시작해 내 생각이나 느낌을 넣을 수 있어 새로웠다”고 했다. 그는 “무용단에서는 워크숍 외에도 매일 연습 전 클래스를 한다. 시간에 쫓기며 연습하지 않고 무용수로서 배울 기회가 많아서 좋다”고 덧붙였다.

14일 열린 국립현대무용단 워크숍에서 리갈 씨(가운데)가 무용수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움직여야 하는지 지도하고 있다.
14일 열린 국립현대무용단 워크숍에서 리갈 씨(가운데)가 무용수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움직여야 하는지 지도하고 있다.
무용수들은 두 달여 동안 매주 월요일에서 금요일 오전 11시 연습실에 ‘출근’해 6시간씩 창단공연 연습을 하고 있다. 창단 공연작인 ‘블랙박스’는 홍 단장의 작품 8개에서 15개 장면을 뽑아 새로운 공연으로 재창작한 작품. 무용수 최재혁 씨(22)는 “다른 공연 무대에 설 때는 낮에 돈을 벌고 밤늦게 연습을 해야 했다. 매일 연습하는 게 힘들지만 생활도 규칙적으로 바뀌고 그만큼 연습에 집중할 수 있어서 움직임도 좋아졌다”고 했다.

홍 단장은 “국립단체라면 단순히 다음 공연이 아니라 5년, 10년 뒤를 생각해야 한다. 이번 워크숍도 좋은 기회가 있다면 무용수들이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립현대무용단이 공연마다 새로 단원을 뽑는 프로젝트 형식으로 운영되지만 한번 공연에 참가했던 무용수에게는 클래스 참석 기회를 주는 등 지속성, 연속성을 부여할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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