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신문로 금호아트홀에서 노부스 콰르텟이 피아니스트 김태형 씨 (피아노 앞) 협연으로 슈만의 피아노 5중주를 연주했다. 왼쪽부터 바이올린 김재영 김영욱, 비올라 이승원, 첼로 문웅휘 씨. 사진 제공 한국국제교류재단
한번 펼쳐든 악보는 좀처럼 다음 악장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거기, 느려지잖아.” “리타르단도(점점 느리게) 아닌가요?” “리타르단도가 너무 강해서 그러지.” “지난번 거기, 음량 괜찮아요?” “서로 느끼면서 가야 하는데, 아직 아닌 거 같아.”
14일 서울 서초동의 연습실. 20일 오후 8시 서울 세종로 세종체임버홀에서 공연하는 현악4중주단 ‘노부스 콰르텟’의 연습이 한창이었다. 피아니스트 김태형 씨(25)가 가세한 연습 작품은 슈만의 피아노 5중주곡 E플랫 장조. 8일 신문로 금호아트홀에서 한국국제교류재단 창립 19년 기념음악회 연주곡으로 이미 선보인 레퍼토리다. 엿새 전 연주한 작품에 그리도 보완할 게 많을까.
“오늘은 아주 ‘부드럽게’ 한 거예요. 고칠 점이야 무궁무진하게 나오죠.” 리더 김재영 씨(바이올린)의 말. 이들의 연습은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난상토론에 가깝다. ‘너무 민주적’이라고 했더니 김 씨는 “안 그러면 이상하죠!”라고 했다.
노부스 콰르텟은 김재영 씨 주도로 2007년 창단됐다. 그가 일찍이 점찍어둔 한국예술종합학교 후배 김영욱 씨(21·바이올린)에게 4중주 활동을 제안했고, 연주의 컬러가 잘 맞아드는 두 사람을 끌어들였다. 첼리스트 문웅휘 씨(22)도 창단 멤버. 뒤이어 비올리스트 이승원 씨(20)가 가세했다. 창단 이듬해 이들은 일본 오사카 실내악콩쿠르 3위에 오르며 한국팀 최초의 해외 실내악 콩쿠르 결선 입상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에는 프랑스 리옹 콩쿠르 3위에 올라 도약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개인 경력 쌓기에도 숨찬 20대 연주가들에게 실내악은 무엇일까. 문 씨는 “솔로 연주만 하면 예술적 기술적으로 한쪽에 치우치기 쉽다. 여럿이 화음을 맞추다 보면 균형을 잡을 수 있다”고 했다.
네 단원 중 김재영 이승원 씨가 독일에, 나머지 둘은 한국에서 학업을 잇고 있어 함께 연습할 시간이 부족했지만 최근 좋은 소식이 생겼다. 내년부터 독일 뮌헨음대 실내악과정에 나란히 다니게 된 것. 언제까지 함께 활동할지 묻자 리더 김 씨는 “끝까지”라고 했다. 세계적 현악4중주단인 하겐 4중주단이나 아마데우스 4중주단 같은 걸 꿈꾸느냐고 했더니 넷은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모아 “예!”라고 했다.
네 사람과 마찬가지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인 피아니스트 김태형 씨는 “연습이 너무 재미있다”고 했다. “지난주 이 팀과 협연한 뒤 일요일엔 베토벤 협주곡 ‘황제’를 교향악단과 협연했는데, 집에서 혼자 연습하다 보니 5중주 연습 생각이 자꾸만 나더라고요.”
20일 연주회에선 슈만의 피아노 5중주곡 외에 현악 4중주 3번, 피아노곡 ‘어린이 정경’ 중 ‘트로이메라이’ 편곡판을 연주한다. 올해 슈만 탄생 200주년을 마감하는 연주회다. 3만5000원. 02-6372-3242, 1544-1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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