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배우, 관객틈에 앉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6일 03시 00분


무대-객석 경계 허문 이색연극, 극단 디 드랍의 ‘노라’s choice’

청담동 클럽에서 선보이고 있는 이색 연극 ‘노라’s choice’. 배우들은 관객 사이를 지나다니며 연기하고 관객은 음주와 흡연을 하며 연극을 즐긴다. 사진 제공 디 드랍
청담동 클럽에서 선보이고 있는 이색 연극 ‘노라’s choice’. 배우들은 관객 사이를 지나다니며 연기하고 관객은 음주와 흡연을 하며 연극을 즐긴다. 사진 제공 디 드랍
늦은 저녁 청담동의 한 클럽에 사람들이 모였다. 20대 연인부터 40, 50대 중년 여성까지. 자리에 앉은 이들은 맥주와 콜라, 오렌지주스를 주문한다. 잠시 후 한 여성이 헐레벌떡 뛰어 들어온다.

“오빠 어디 있어?” 주방에서 나온 남자가 대뜸 이 여성과 키스로 시작되는 농익은 애정행각을 펼친다. “깔깔깔.” “까르르∼.” 주변 사람은 아랑곳없다는 태도. 오해는 마시라. 이건 연극이다.

1일부터 서울 강남구 청담동 클럽 ‘디 드랍’에서 공연 중인 연극 ‘노라’s choice’. 극단 ‘디 드랍’의 창단 작품이다. “짜인 무대 위가 아닌 리얼타임 공연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공연 의도답게 이 작품은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었다.

클럽 손님이자 연극의 관객인 사람들은 클럽 중앙, 양쪽 벽, 바에 놓인 의자에 앉고, 배우들은 관객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연기를 한다. 미리 비워둔 관객의 옆자리에 앉거나 테이블 위로 올라가 공연하는 모습이 낯설면서도 흥미롭다.

관객에게 말을 걸지는 않는다. 배우들에게 관객은 보이지 않는 존재이며, 관객은 ‘유령’처럼 이들을 관찰한다. 공연을 보면서도 ‘훔쳐보는’ 듯한 착각이 든다. 자유롭게 음주와 흡연을 할 수 있는 점도 공연의 매력 요인으로 받아들일 관객이 많을 듯하다.

별도 무대가 필요 없는 까닭은 극의 배경 자체가 클럽이기 때문. 원작은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이다. 결혼 5년차 부부인 노라와 도훈이 클럽 개장을 앞두고 들떠 있지만 노라가 결혼하기 전 성매매한 사실이 알려져 파경을 맞는다는 내용.

뮤지컬 ‘쓰릴미’의 이종석 연출가가 만든 작품 형식은 새롭지만, 아쉬움은 스토리에서 진하게 배어나온다. 결혼 전 한 번의 성매매 과거 때문에 부부의 불신이 깊어져 파경을 맞는다는 내용이 진부할 뿐만 아니라 이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도 힘겨워 보였다. 공연용 조명을 추가하지 않고 기존의 실내조명 아래 연기가 펼쳐진 탓에 산만한 느낌도 든다.

디 드랍은 내년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같은 클럽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2만5000원(맥주나 음료 포함). www.dedrop.co.kr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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