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마애삼존불, 보원사 법인국사보승탑의 사천왕상, 신륵사 다층석탑에 조각된 용 문양, 김유신묘의 12지신상…. 현장에 가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세밀함을 알 수 없었던 문양들이 탁본을 통해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 성균관대박물관은 16일부터 2011년 3월 31일까지 특별전 ‘탁본으로 보는 한국문양’을 연다. 조동원 성균관대 명예교수(70·사진)가 최근 박물관에 기증한 탁본 450여 점 중 70점을 추려 전시를 꾸몄다.
“탁본은 돌을 씻고 화선지를 붙이는 것부터 시작해 먹물의 농도, 물이 젖은 정도 등 일일이 신경을 써야 잘 나옵니다.”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빌딩에서 만난 조 교수는 탁본의 어려움을 얘기했다. 그는 지난 40여 년간 전국에 흩어진 비석과 문양의 탁본을 떠 왔다.
윤곽이 깊고 뚜렷한 마애삼존불, 세밀하게 그려져 먹의 농도를 조금만 잘못 맞춰도 선명하게 뜨기 어려운 법천사 지광국사현묘탑비의 용화세계문 등이 그의 손을 거쳐 탁본으로 만들어졌다.
“비석의 경우 솔질을 하는데 양각문양은 물수건으로 일일이 밀어 넣고 계속 문질러 탁본을 떠요. 그래서 품이 많이 들고 시간도 더 걸리죠.”
조 교수가 신륵사 다층석탑의 용 문양 탁본과 실제 문양을 찍은 사진을 가리켰다. “금석문은 탁본을 통해 가장 정확하게 볼 수 있습니다.” 사진 속 문양은 용머리 부분이 희미하지만 탁본에서는 뚜렷하게 나타났음을 알 수 있다. “3∼5m 높이의 탑과 조각상의 경우는 육안으로도 안 보이는 문양이 많은데 탁본을 뜨면 자세하게 볼 수 있죠.”
전시장에는 실물 사진과 탁본을 함께 전시해 비교 감상이 가능하다. 조 교수가 책상을 놓고 올라서서 탁본했다는 3m 높이의 전북 익산 연동리 석조여래좌상 광배(光背) 탁본은 전시장 벽면 한쪽을 가득 채웠다. 돌에 새겨진 연꽃무늬와 작은 불상을 통해 백제인들의 솜씨를 엿볼 수 있다.
조 교수는 “금석문은 고대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1차 자료인 동시에 조작을 할 수 없어 가장 믿을 수 있는 자료”라며 “기증한 탁본들이 고대사 미술사 서예사 연구자들에게 좋은 자료로 쓰였으면 한다”고 밝혔다.
서산 마애삼존불 탁본. 사진 제공 성균관대박물관(왼쪽), 경주 김유신 묘의 12지신상 중 돼지상 탁본(오른쪽)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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