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푸드]싱글 몰트 위스키 ‘맥캘란’을 빚어내는 오크통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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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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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무통과 원액의 끊임없는 상호작용…특유의 맛과 향 우려내

오크통이 만들어지기까지  ① 스페인 북부지방에서 벤 참나무. ② 자연건조되고 있는 참나무. 자연건조에는 약 3년이 걸린다. ③ 오크통 제조의 첫 단계로 쇠띠에 참나무 통널을 맞추고 있다. ④ 오크통 안에 400도의 불을 쪼여 불순물을 제거하고 방수효과를 얻는다. ⑤ 인부들이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⑥ 완성된 오크통. 높이는 130cm, 폭은 최대 90cm의 크기다. ⑦ 오크통에 셰리 와인을 넣어 3년간 숙성시킨다. ⑧ 와인을 비운 통에 위스키 원액을 부어 8년 이상 숙성시킨다. ⑨ 숙성을 끝내고 병입된 맥캘란의 다양한 위스키들.
오크통이 만들어지기까지 ① 스페인 북부지방에서 벤 참나무. ② 자연건조되고 있는 참나무. 자연건조에는 약 3년이 걸린다. ③ 오크통 제조의 첫 단계로 쇠띠에 참나무 통널을 맞추고 있다. ④ 오크통 안에 400도의 불을 쪼여 불순물을 제거하고 방수효과를 얻는다. ⑤ 인부들이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⑥ 완성된 오크통. 높이는 130cm, 폭은 최대 90cm의 크기다. ⑦ 오크통에 셰리 와인을 넣어 3년간 숙성시킨다. ⑧ 와인을 비운 통에 위스키 원액을 부어 8년 이상 숙성시킨다. ⑨ 숙성을 끝내고 병입된 맥캘란의 다양한 위스키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스코틀랜드의 싱글 몰트 위스키 맥캘란의 열렬한 팬이다. 계열사 사장단 송년 모임을 위해 맥캘란 30년산을 50병이나 사간 적도 있다.

11월 1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는 세계에서 단 1병뿐인 ‘맥캘란 라리크 서퍼듀’가 역대 위스키 사상 최고가인 46만 달러(약 5억2000만 원)에 낙찰됐다. 이 제품은 맥캘란 증류소에서 가장 오래된 64년 된 원액으로 만들었다.

스코틀랜드의 위스키 명가 에드링턴그룹의 주력 브랜드인 맥캘란은 이미 위스키 마니아들 사이에서 소문난 술이다. 무엇이 맥캘란의 가치를 이처럼 올려놓았을까. 그 비밀은 바로 ‘오크통’에 있었다.

○ 불에 굽는 토스팅이 하이라이트

지난달 23일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 헤레스의 오크통 제조업체 테바사의 작업장.

안으로 들어서자 나무 냄새가 진동하며 요란한 쇠망치 소리가 들렸다. 작업장은 나무를 잘라서 생기는 분진으로 자욱했다. 이곳에선 50여 명의 직원이 수작업으로 하루 평균 75개의 오크통을 만들어낸다. 테바사는 맥캘란에 오크통을 만들어 공급하는 업체다. 맥캘란과 동업하고 있는 테바사의 나루시소 페르난데스 이로토스 사장은 “참나무 한 그루가 위스키 오크통으로 만들어지기까지는 약 6년의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맥캘란은 오크통 제조를 위해 스페인 북부 지방인 갈리시아에서 자라나는 ‘케르쿠스 로부르(Quercus Robur)’라는 참나무만을 사용한다. 스페인 북부 지방은 습기가 많은 녹지대로 연 강수량이 1500mm 이상이다. 낙엽수림이 잘 자라는 기후로 참나무가 자라기에 최적의 조건을 지닌 곳이다. 스페인 북부의 참나무는 건조가 잘되는 데다 나뭇결 간격이 넓고 타닌 성분이 많아 위스키를 숙성시키면서 독특한 향과 맛을 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맥캘란은 이 참나무들 가운데 75년 이상 된 것으로만 오크통을 제작 한다. 엄격한 관리 아래 매년 가을과 겨울 베어지는 나무가 약 8000그루. 이 참나무를 제재소로 옮겨 중요한 부분만 다시 자른 뒤 2년 동안 자연건조 과정을 거친다. 자연건조가 끝난 후 오크통 작업장이 있는 헤레스로 옮겨 다시 1년 동안 자연건조하면 나무의 습도율이 12%까지 감소한다.

이날 찾은 작업장에서 직원들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뚝딱’거리며 오크통을 만들어냈다. 순서는 이렇다. 우선 자연건조한 참나무 널빤지를 잘라 몽둥이처럼 생긴 ‘참나무 통널(Stave)’로 만든다. 오크통 하나에 들어가는 통널은 33∼35개. 열을 지어 통널을 맞춘 뒤 망치로 쇠띠를 박아 틀을 고정한다.

형태가 만들어지면 통 안에 400도의 불을 쪼여 하나씩 ‘토스팅(Toasting·불에 굽는 것)’한다. 토스팅은 와인이나 위스키를 넣어 숙성시킬 때 밖으로 새지 않도록 하고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통 안쪽을 불에 굽는 과정으로 오크통 제조의 하이라이트다. 불구덩이 앞에서 인상쓰는 모습이 마치 악마같다고 해서 ‘디아블로(스페인어로 악마라는 뜻)’라는 별명을 가진 직원 안토니오 카르피오가 토스팅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통 안이 까맣게 변하는 토스팅 후에는 물을 뿌려 내부를 식힌 뒤 마무리 손질과 누수검사를 거쳐 하나의 오크통이 탄생한다. 완성된 오크통 1개의 높이는 130cm. 폭은 아래가 70cm지만 불룩한 가운데는 90cm다.

조지 에스피 맥캘란 오크통 제조 책임자는 “우리가 참나무 벌목, 자연건조와 제조, 보관까지 관여하며 오크통에만 매년 투자하는 돈이 약 200억 원”이라고 말했다.

○ 위스키와 오크통의 끝없는 상호작용

“위스키가 자고 있으니 조용히 해달라.(Quiet Please, Whisky Sleeping.)”

지난달 25일 스코틀랜드 서부 스페이사이드의 맥캘란 증류소. 수만 개의 오크통이 보관된 저장소 입구 앞에는 이같은 푯말이 붙어 있었다. 이 오크통들이 스페인에서 스코틀랜드로 건너오기까지는 3년여의 시간이 필요하다.

스페인 테바사의 작업장에서 만들어진 오크통에는 세계적인 강화 와인인 스페인의 ‘셰리(Sherry) 와인’를 넣고 3년을 숙성시킨다. 강화 와인은 알코올 성분이 12% 전후인 일반 와인과 달리 알코올 도수를 18% 이상으로 높인 것이다. 화이트 와인인 셰리 와인의 주원료는 ‘팔로미노’라는 청포도로 껍질이 얇고 매우 섬세한 품종이다.

오크통에 위스키를 담기 전에 셰리 와인을 3년간 넣어 숙성시키는 것은 이 셰리 와인이 오크통 내부에 향과 맛을 더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맥캘란의 데이비드 콕스 이사는 “위스키 맛은 30%가 보리 원료와 물, 증류과정에서, 70%는 오크통 안에서 결정된다”고 말했다. 알코올은 오크통 안에서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며 맛을 창조해낸다. 같은 위스키라도 오크통 안에서 숙성시킨 정도에 따라 색깔과 맛이 다 다르다. 과일맛이 나기도 하고 초콜릿맛이 나기도 한다. 색상도 위스키를 담가놓은 연도에 따라 다양하다.

세계적으로 위스키 통으로 주로 쓰이는 것은 셰리 와인을 담았던 통과 옥수수 증류주인 버번을 담았던 통이다. 맥캘란이 셰리 와인 통을 선호하는 것은 셰리 와인의 은은한 맛과 향이 밴 오크통이 최고의 품질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셰리 와인 오크통은 생산량이 적고 값이 비싸(1개에 200만 원) 현재 영국에서는 최고급 위스키를 숙성시키는 용도로만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맥캘란은 증류소를 거친 위스키 원액 가운데 최상의 16%만을 셰리 와인 오크통에 담아 숙성시켜 품질을 유지한다. 위스키 원액은 오크통 속에서 숙성되는 동안 매년 2%가량이 자연증발한다. 이를 ‘천사의 몫(Angel’s Share)’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숙성기간이 길면 길수록 남아 있는 원액도 줄어든다. 500L들이 오크통 1개에서는 700mL 위스키가 400병 정도 나온다. 몰트위스키의 숙성 기간은 최소 8년에서 15년 정도로 숙성되는 동안 오크통의 색깔, 맛, 향 등이 위스키에 우러나면서 특성이 달라진다.

숙성된 위스키는 곧바로 시장에 나오지 않고 위스키 메이커의 입을 거쳐야 한다. 위스키 메이커는 매주 80∼100개의 오크통에서 숙성된 위스키 샘플을 추출해 향, 맛, 색깔 등을 맞춰 맥캘란 위스키만의 특성을 살려낸다. 위스키를 절묘하게 배합해 최상의 맛을 유지하도록 관리하는 게 그의 일이다. 맥캘란에는 밥 달가노 등 2명의 위스키 메이커가 있다.

헤레스(스페인)·스페이사이드(스코틀랜드)=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 싱글 몰트 위스키 :
몰트(Malt·맥아) 위스키는 100% 보리(맥아)를 증류해 만든다. 반면 그레인 위스키는 옥수수와 호밀 등을 원료로 만드는데 이 둘을 섞은 것이 블랜디드 위스키다. 발렌타인, 조니워커 등 한국에도 잘 알려진 대부분의 브랜드가 바로 블랜디드 위스키다. 싱글 몰트 위스키는 하나의 증류소에서만 생산된 최고 순도의 몰트 위스키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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