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사진이 예술품 경매를 통해 미술시장에 편입되면서 사진계는 새로운 활력을 찾았다. 시류에 민감한 국내 화상들이 해외 경매시장에서 사진이 팔리는 모습을 보고 국내사진계를 주목한 탓이다. 국내 카메라 시장도 2000년 이후 시작된 휴대전화, 콤팩트, 하이브리드, DSLR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성능의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해 사진에 대한 일반인의 진입장벽을 허물었다. 이는 사진의 대중화를 불러왔고 신진 작가의 대거 등장으로 이어졌다.
올해 ‘2010 서울 포토페어’에는 일본 갤러리들이 국내시장에 부스를 마련하고 우리 사진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현상도 나타났다. 이런 환경에도 불구하고 한국사진계에선 이상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전업 작가, 학계, 아마추어 사진작가가 다 따로 노는 느낌이다. 현재 국내사진계는 이런 좋은 분위기를 자기 사진을 팔고 알릴 수 있는 기회로만 인식했지 파이를 더 키워야 할 위기로는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사협이 해야 할 역할이 크다.
사협은 사진하는 사람 6800여 명이 소속된 단체다. 인원 수로는 국내 사진계 최대 단체로 사진 애호가들의 집합체이자 고급 카메라의 실질적 소비자들이다. 이 사협이 요즘은 어디에 있는지 존재조차 미미하다. 변방에서 자기들끼리 놀기 때문이다. 사협 작가와 미술계에서 실험적인 사진을 주도하는 사진작가는 사진이라는 이름만 같지 한마디로 노는 물이 다르다. 사협은 아마추어 단체로 전락한 채 시끄러운 소리만 무성하다.
특히 사협의 공모전 비리 얘기는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지만 올해는 사무처장이 구속 되고 돈을 준 사람들도 검찰에 소환되는 등 갈수록 가관이다. 대한민국 사진대전을 비롯해 각종 사진 공모전에서 돈이 오가는 문제나 심사위원 선정 문제, 조작된 사진 수상 등의 문제도 꾸준히 있어 왔다. 게다가 요즘은 내부적으로는 비축되어 있어야 할 자체 발전기금 중 상당액이 사라졌다고 또 난리다.
내년 1월이면 사협 이사장 선거가 있다. 사협이 이런 상태라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따라서 지금은 사협 회원들의 용단이 필요한 때다. 악순환의 틀을 깰 수 있고 각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그런 다음 사협을 다시 꾸려 상식 수준의 운영을 해야 한다. 조직 운영의 폐쇄성을 벗고 문호를 대폭 개방해 젊은이들을 영입한 후 균형을 맞춰야 한다. 기존의 여타 단체, 사진학계 등에도 문호를 개방하여 애써 사협을 도외시했던 그들이 스스로 오게 만들어야 한다. 그 외에도 할 일이 태산이다. 아무튼 이번 선거는 사협이 난장판 이미지를 벗고 국민의 사랑을 받으며 품격을 갖출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사협 회원의 분발을 다시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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