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050>詩云畏天之威하여 于時保之라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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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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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라 宣王(선왕)이 交(린,인)(교린)의 방법에 대해 묻자 맹자는 仁者(인자)만이 대국을 가지고 소국을 섬길 수 있고 智者(지자)만이 소국을 가지고 대국을 섬길 수 있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올바르게 事小(사소)하는 군주는 천리를 즐거워하는 자이고 올바르게 事大(사대)하는 군주는 천리를 두려워하는 자라고 규정하고, 천리를 즐거워하는 자는 천하를 보전하고 천리를 두려워하는 자는 일국을 보전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서 ‘시경’의 시편을 인용하여 자신의 설을 입증하고자 한 것이다. ‘시경’의 시는 周頌(주송)에 들어 있는 ‘我將(아장)’편이다. 맹자가 인용한 시는 事大를 행하는 智者의 경우에 해당하되, 事小를 행하는 仁者의 경우도 은연중에 포괄한다. 于時는 ‘여기에 있어서’이다.

그런데 ‘我將’편의 본래 뜻은 맹자가 인용한 의미와 부합하지는 않는다. ‘我將’은 주나라 문왕을 明堂(명당)에서 제사지낼 때 사용한 시이다. 그 시에 보면 ‘我其夙夜(아기숙야) 畏天之威(외천지위) 于時保之(우시보지)’라고 했는데 ‘내가 밤낮으로 하늘의 위엄을 두려워하여 이에 보전할지어다’라고 풀이한다.

명당에서 제사지낼 때 하늘과 문왕이 모두 오른쪽에 계시어 나의 제사를 흠향하시면 내가 감히 밤낮으로 하늘의 위엄을 두려워하여 하늘과 문왕께서 강림하여 보시는 바의 뜻을 보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말한 것이다. 따라서 ‘我將’에서의 畏天은 하늘과 문왕을 敬畏(경외)함이고, 保之는 하늘과 문왕이 강림하여 보는 그 뜻을 존중하여 지켜나간다는 뜻이다.

옛사람은 ‘시경’의 시편을 인용하여 자기 뜻을 보완할 때 시편의 일부를 끊어 자신의 뜻에 부합시키고는 했다. 그것을 斷章取義(단장취의)라고 한다. 현대인의 관점에서는 논리적이라 할 수 없지만 열려진 공간인 궁정에서 유세가가 자신의 언설에 권위를 부여하는 방식으로서는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맹자의 언설도 발화 상황과 관련시켜 그 가치를 생각해야 하리라.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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