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한국화단 두 거목 비교전 ‘요산요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3일 03시 00분


정갈하고 담백한 이상범…
대담하고 묵직한 변관식…

경쾌하고 짧은 붓 터치가 돋보이는 청전 이상범의 ‘하경산수’. 사진 제공 공아트스페이스
경쾌하고 짧은 붓 터치가 돋보이는 청전 이상범의 ‘하경산수’. 사진 제공 공아트스페이스
‘짧고 경쾌한 리듬감’ ‘거칠고 육중한 산세’.

한국 근대기의 대표적 한국화가인 청전 이상범(1897∼1972)과 소정 변관식(1899∼1976)의 산수화를 비교해보는 전시가 열린다. 내년 1월 9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공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는 요산요수(樂山樂水). 청전과 소정의 산수화 42점이 선보인다.

두 살 차이인 이들은 한국 문인화의 전통을 이어받아 자신이 꿈꿔왔던 이상향을 풀어낸 한국화가이다. 이번 전시의 흥미로운 점은 두 작가의 화풍이 매우 대조적이라는 사실.

청전의 산수는 한적한 시골의 풍경과 거기서 살고 있는 촌부들의 평화스러운 모습들이다. 화면 가득 음계처럼 경쾌하게 떠다니는 짧은 점선의 붓 터치, 그 뒤로 배경이 되어 흐르는 유현(幽玄)한 먹의 농담, 하나둘 피어나는 정겨운 물길과 넉넉한 야산, 그리고 무심히 길을 걷는 촌부 한두 명…. 청전의 산수화는 투명하고 정갈하다. 짧게 끊어 치는 붓의 터치나 붓끝으로 튀어 오르는 파편 같은 먹물은 때론 대담하고 거칠지만 그렇게 탄생한 한 폭의 산수는 놀랍게도 조용하고 담백하다. 이번 전시 출품작은 ‘하경산수’ ‘추경산수’ ‘설경산수’와 사계산수 8폭 병풍 등.

소정의 산수는 청전의 산수와 사뭇 다르다. 금강산처럼 거대하고 육중한 산세가 대부분이다. 거친 듯 힘이 넘치는 필세로 산세의 힘을 잘 담아낸 작품들이다. 소정은 화면에서 여백의 미를 배제한다. 화면은 풍경으로 가득하다. 구도는 대담하며 긴장감이 넘친다. 먹을 계속 겹쳐 칠하는 적묵법(積墨法)으로 화면이 묵직하다.

묵선의 묵직함이 배어 있는 소정 변관식의 ‘옥류천’.
묵선의 묵직함이 배어 있는 소정 변관식의 ‘옥류천’.
초기 화풍을 보여주는 ‘수유정’, 서예가 김석태의 제문(題文)이 실려 있는 ‘설경산수’, 금강산을 그린 ‘옥류천’, 진주 풍경을 그린 ‘진양성’, 복숭아꽃 만발한 농촌의 평화로운 모습을 그린 ‘무릉도원’ 등이 출품됐다. 소정의 그림에서 또 하나 눈여겨 볼 만한 것은 노인의 모습이다. 갓 쓰고 두루마기 입은 노인들이 휘적휘적 걸어가는 모습이 많이 나와 보는 이를 흥미롭게 한다. 바로 이 땅에서 살아온 우리의 모습, 험한 산세를 헤쳐 가는 우리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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