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4회 국수전…속절없이 무너진 우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4일 03시 00분


○ 이세돌 9단 ● 목진석 9단
본선 8강 3국 3보(51∼73) 덤 6집 반 각 3시간

백 ○는 왜 틀렸을까. 그 이유를 밝히기 전에 정답부터 보자. 참고 1도 백 1이 올바른 방향. 흑 2로 보강할 때 백 3으로 유유히 빠져나온다. 한눈에 봐도 우변 흑 진의 경계선이 많이 후퇴한 것을 알 수 있다.

이세돌 9단이 백 ○를 둔 건은 백 ◎을 최대한 활용해 흑 세력을 쉽게 지우겠다는 뜻이었으리라. 하지만 강한 흑 돌에 너무 가깝게 다가갔다. 위기십결(圍棋十訣) 중 입계의완(入界宜緩), 즉 상대 진영에 들어갈 때는 여유 있게 하라는 원칙에 어긋났다.

목진석 9단의 반격은 이 9단의 의표를 찔렀다. 흑 51의 모자가 백 ○를 답답하게 누르고 있다. 그 무게를 덜기 위해 이 9단은 백 52로 가볍게 뛰어나왔는데 흑 53이 또 기막히게 좋은 응수.

중앙의 행마가 곤궁하다고 판단한 이 9단은 눈 딱 감고 백 54로 20집 이상의 실리를 챙긴다. 중앙을 흑의 처분에 맡긴 것. 흑은 우변을 확정지을 때다. 참고 2도 흑 1, 3이면 깔끔하다. 우변에서 우하까지 이어진 흑 집이 70집에 육박한다.

목 9단은 참고 2도가 너무 싱겁다고 봤을까. 돌연 흑 55로 좌상에 걸친다. 그러나 이 때문에 백의 행마가 돌연 활발해졌다. 백 56, 58로 원군을 만든 뒤 백 60으로 침입한 것이 이 9단의 매서운 반격. 흑 61로 진열을 정비하려 했지만 백 62, 64로 우변 흑 집이 속절없이 무너졌다. 목 9단은 뒤늦게 흑 65부터 총공세에 나섰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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