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사진 거장은 자기를 주장하는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손길을 나타내는 것이 ‘진짜’ 사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상 몸을 낮추면 세상이 아름답게 보입니다. 카메라의 셔터 스피드를 길게 하면 밤하늘도 파랗습니다.”
평소 취미로 사진을 찍는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54·사진).
18일 교회에서 만난 그는 “어둠을 탓하기보다는 어둠을 밝히는 촛불이 되자”고 말했다. 그는 9월 소천한 옥한흠 원로목사 장례에 이어 개신교계 행사와 선교를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중국을 방문하며 바쁜 시간을 보냈다.
그는 원로목사 소천 이후 영적인 아버지를 잃은, ‘빈자리’를 절감한다고 했다.
“병원에서는 일주일 정도라고 했지만 (원로목사께서) 20일을 버텨주셨습니다. 언젠가 교회 때문에 ‘5년쯤 지나면 오 목사와 나 사이에 큰 갈등구조가 일어날 것으로 주변에서 예상했는데 그 속단이 좋게 비켜갔지’라며 웃으시던 기억이 납니다.”
‘하나님을 원망하지는 않았느냐’고 물었다.
“인간적인 허전함은 말로 다할 수 없지만 남긴 뜻을 이으려고 노력합니다. 한마디로 ‘고결한 유산, 위대한 출발’입니다. 평신도를 대상으로 한 제자훈련, 교회 갱신, 연합과 일치 세 가지입니다.”
지난해 부활절 연합예배에서 50대 목회자로는 최초로 설교를 맡아 화제를 모은 오 목사는 사회 각 분야의 주제를 아우르는 다채롭고 감성적인 강론으로 유명하다. 오전 4시 반경 기도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오늘도 이렇게 살아 있고 새로운 날을 주신 것에 감사합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은혜인데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은혜 불감증에 걸려 있죠. 하나님께 수만 명의 성도를 감당할 새 마음과 영, 능력을 부여해 달라고 기도합니다.”
이어 그는 “내가 메마르다면 처음에 교인들은 잘 모르지만 어느 시점이면 다 알게 된다”면서 “성경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넘친다고 하는데 우리식으로 말하면 넘쳐야 축복의 근원이 되고 유통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오 목사는 최근 종교계 안팎의 갈등에 대해 “다른 곳은 말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개신교를 말하자면 한마디로 뼈를 깎는 노력과 반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교회가 세속화하면서 상처를 치유하고 봉합하기는커녕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진정한 그리스도인이라면 상대방에 대해 도발하거나 거친 언어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내친 김에 2000억 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가는 사랑의교회 신축 문제를 언급하자 그는 “현재 교회는 신도가 500명일 때 지었다. 8만 명으로 성장해 아이들 수천 명이 화장실 하나를 쓰겠다고 줄을 설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교회에 법조인만 200여 명인데 어떻게 거짓말이 가능합니까? 앞으로 교회 재정과 관련한 국제적 단체인 ‘회계책임을 위한 복음주의자문위원회’에 들어가 재정 투명성을 높일 계획입니다. 사랑의교회 신자는 이른바 강남의 가진 자도 있지만 지하 단칸방에 사는 분도 많습니다. 대형 교회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지만 한 사람의 소중함도 잊지 않을 겁니다.”
그의 휴대전화 통화연결음은 ‘이 기상과 이 맘으로’로 시작하는 애국가 4절이다. “몇 해 전 평양을 방문했을 때 제 앞에서 굶어 쓰러져 죽는 사람을 봤습니다. 민족적으로도 봉합과 치유가 필요합니다. 성경은 용서의 복음을 말합니다. 용서받은 자가 용서하고, 치유받은 자가 치유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부잣집이 아니라 천한 말구유에 오신 의미를 되새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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