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출장 때 우표를 구입하기도 하고, 이베이 등 옥션 사이트에서 찾아보기도 하고, 회현상가 우표상인들에게도 종종 문의하죠. 길을 가다가도 ‘스탬프’라고 적힌 건 눈에 확 들어와요.”
우표 수집이 오랜 취미인 국립기상연구소 류상범 연구과장(48·사진)은 2000년 세계기상기구(WMO) 창립 50주년 행사를 준비하던 중 “우편을 통해 날씨 이야기를 전하면 어떨까”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최근 출간한 책 ‘날씨는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황금비율)에서 우표와 우편물로 날씨 이야기를 풀어낸 그를 24일 오전 전화로 만났다.
“우리나라에선 1961년 세계기상기구 만들어졌을 때 기념우표가 나왔고, 그 후 2004년 대한민국 근대 기상 100주년 기념우표가 나올 때까지 다섯 번 기상과 관련한 우표가 나왔어요.” 류 과장은 마치 미리 준비한 듯 기념우표가 나온 연도와 배경을 막힘없이 얘기했다. 월간지 등에 기고했던 글과 예전에 발표한 논문 등을 기초로 1년간 책 ‘우표와 날씨와 씨름하며’를 쓰느라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다고 했다.
기상학을 전공했지만 옛 우표와 우편물을 찾아보다 새롭게 알아낸 사실도 있다. “1894년 4월 18일 미국 뉴욕 주 캔턴 시의 일기예보 ‘rain, cooler(비 오고 추워짐)’를 도장으로 찍어 하루 전인 17일 배달한 편지 봉투가 있어요. 우체국이 다음 날 날씨 예보를 우편물에 도장으로 찍어 알려주었던 거죠.” 깃발을 세워 날씨의 변화를 알리는 등 고전적 일기 예보 방식을 두루 알고 있던 류 과장이지만 우편물을 통해 날씨를 예보하기도 했다는 것은 처음 안 사실이었다. 책에는 이 봉투의 사진과 함께 1903년 멕시코 멕시코시티의 일기예보를 도장으로 찍은 봉투, 미국 기상국이 우체국으로 일기 예보를 통보한 관용엽서 사진 등도 실었다.
“온도 눈금으로 사용하는 ℃, ℉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누가 고안했는지 등 날씨에 관한 배경 지식, 기상 관측 기계의 발달 등 날씨와 관련된 다양한 면모를 담으려 했습니다.” 물때를 잘 맞춰 승리를 이끈 노르망디 상륙작전, 태풍 덕에 몽골 군대의 칼날을 피한 일본인들이 이 태풍을 부른 ‘신의 바람(神風·가미카제)’이란 이름 등 역사 속의 날씨 이야기도 담았다. 모두 관련 기념우표나 우편물을 먼저 제시한 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다.
류 과장은 특정 날씨가 갖는 장단점도 책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한 예로 태풍을 들었다. “태풍은 여러 가지 손실도 가져다 주지만 태풍이 있어야 겨울 가뭄을 견디고 대기가 깨끗하게 청소됩니다. 태풍이 온다고 하면 무조건 싫어할 게 아니라 이런 역할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는 음식 문화와 생활 패턴, 경제 정치 등 어느 것 하나 날씨와 관련 없는 게 없다며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기상 정보의 소중함을 알고 기상 업무에 대해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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