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정리하는 12월의 프랑스 출판계에는 제2차 세계대전과 공산당을 조명한 역사물 2권이 잇따라 출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진지한 시대적 통찰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게 프랑스 독자들의 특징이기는 하지만 소설이 강세를 보이는 연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1928년 12월 29일 투르에서 창립된 프랑스 공산당의 탄생 90주년을 앞두고 출간된 ‘프랑스 공산당, 투르에서 모스크바까지(Le PCF, de Tours `a Moscou)’는 서방 국가 중 제도권에 가장 뿌리 깊게 안착해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프랑스 공산당의 내면을 파고든다. 공산당이 2차 세계대전 당시 항독 레지스탕스 운동에 적극 참여해 국민적 기반을 넓힌 뒤 1945년 종전 후 처음 실시된 선거에서 25%를 득표하고 80만 명의 당원을 보유해 노조와 문화계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기까지의 과정을 책은 낱낱이 드러낸다. 소련 공산당과 어떤 비밀스러운 관계를 유지했는지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도 밝힌다.
책은 한편으로 사회당 내 좌파 세력이 만든 공산당이 프랑스의 좌파를 어떻게 분열시켰는지에 대해서도 냉철하게 공과를 따진다. 출범 초기부터 1960년대 말까지 국민의 큰 인기를 얻었던 공산당은 서서히 가라앉다 지난 대선에서는 마리조르주 뷔페 후보가 트로츠키 정당 올리비에 브장스노 후보(4%)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93%의 표밖에 얻지 못할 정도로 위상이 추락했다. 저자는 이 같은 추락의 근저에 내부 알력과 분열, 시대적 통찰력의 부족 등이 깔려 있다고 지적한다.
‘점령자의 눈으로 본 프랑스’(SOUS L'OEIL DE L'OCCUPANT, La France vue par l'Allemagne 1940∼1944)는 프랑스 현대사의 최대 치욕인 나치 독일의 프랑스 점령 시절을 아프게 헤집는다. 제목에서 보듯 점령군 독일의 시각에 드러난 프랑스의 ‘비굴한’ 모습을 다룬 기록이기 때문이다. 책에는 지금까지 세상에 공개되지 않았던 수많은 사진과 설명, 문서가 담겼다. 저자는 나치가 프랑스 점령 시절 찍어 남겼던 사진 350만 장 가운데 110만 장을 3년 동안 독일 코블렌츠와 뉘른베르크에서 찾아냈다.
저자가 발굴해 당시 상황까지 상세히 묘사한 사진들 가운데는 브레스트의 유대인 공중목욕탕에 만들어진 독일인용 매춘 장소, 파리 개선문 꼭대기에서 담배를 피우며 사진을 찍고 어슬렁거리는 독일 병사들, 이탈리아인 거주 거리에서 나치당의 기관지와 SS친위대의 신문을 소리치며 파는 젊은 파리 여성들, 독일 병사에게 웃으며 나치 깃발을 흔드는 여인들처럼 프랑스와 프랑스인의 굴욕적 모습을 다룬 것이 대부분이다.
프랑스와 독일은 오늘날 유럽에서 정치 경제적으로 가장 강력한 우방이지만 이 책은 프랑스인에게 영원한 트라우마로 남은 나치 독일 점령 시기를 그야말로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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